매 연말 민생법안이라며 다수의 법안이 처리되는 게 관례다. 노동계는 이번 세밑 국회 입법 과정에서 공무직위원회 재설치와 중간착취 근절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에 힘을 쏟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올해 국회를 통과해 내년 시행할 예정인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실질적인 작동을 보완할 수 있는 입법으로 부상할 여지가 있다.
3년 한시 운영 뒤 일몰 공무직위 ‘부활’ 기대감
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무직위 설치를 뼈대로 하는 공무직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현재 국회에 2개 법안이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이용우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두 법안은 모두 2020년부터 국무총리 훈령으로 설치돼 2023년 3월31일까지 활동했던 공무직위를 다시 설치하는 게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전환된 정규직의 처우와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설치됐지만 훈령에서 일몰조항을 고치지 못했다.
공무직위의 현재적 의미는 당시와는 조금 다르다. 법안에 따르면 기능은 설치 당시와 마찬가지로 공무직의 처우와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원·하청 교섭이 가능해진 내년 이후 시점의 공무직위가 기존처럼 공무직의 처우과 근무환경 개선 권고 같은 역할만 수행하기는 어렵다. 원·하청 교섭에 따른 단체협약이 공무직위의 권고보다 우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새로운 공무직위는 공무직위가 포괄하는 공공부문 노동자의 ‘표준’으로 작동할 여지가 있다. 일종의 공공부문 공무직 산별교섭 같은 성격이다. 일몰해 사라진 지난 공무직위는 연구 수탁과 실태조사 등을 통해 공무직 처우와 노동환경 실태 등을 점검하고 매년 정부에 개선 권고를 했다. 당시 효과는 연말 예산정국에서 국회가 공무직 처우개선 예산을 일부 증액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내년 이후에는 공무직이 정부를 상대로 한 쟁의권을 확보할 여지가 있으므로 ‘산별표준’ 역할이 강화될 여지가 있다. 공무직이 정부에 모범사용자 역할을 주문하기 더 용이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공공부문까지 아울러 다양한 공무직의 노동환경을 조망할 수 있는 역할도 기대된다.
다단계 하도급 따라 다단계 착복 근절 ‘간절’
또 다른 법안은 간접고용 노동자 임금착취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44조(도급 사업에 대한 임금 지급) 개정안이다. 만연한 하도급 과정에서 임금이 떼이거나, 체불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노무비를 별도계좌로 관리하도록 하는 게 뼈대다. 건설산업기본법상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근로기준법에 도입하는 형태다. 하도급을 법으로 금지한 건설업은 물론이고 하도급 금지 조항이 없는 자동차·조선·철강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과 배달 같은 서비스업 등에 무분별하게 도입된 하도급과 임금체불을 방지하는 게 목표다. 이른바 ‘중간착취금지법’이다.
다른 취지도 있다. 개정 노조법 시행 뒤 하청 노조는 원청과 교섭이 가능한데, 이 과정에서 원청이 하청에게 지급한 노무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하청 노조가 원청의 하청 노무비 규모를 알 수 없고, 하청 사용자와의 교섭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개정 노조법 시행 뒤 중간착취금지법까지 시행되면 원청의 노무비 규모를 파악할 수 있게 되고, 하도급 단계에서 삭감되거나 착복되는 규모도 줄일 수 있다.
두 법안은 개정 노조법을 보조하는 법안이지만 법안 자체의 쟁점 여지는 크지 않다. 정부가 공공부문 사용자 역할을 하기 위한 공무직위 설치나 임금체불 방지를 위해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도입하는 중간착취금지법에 여야 모두 유사한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