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마침내 새 수장을 찾았다. 그러나 진보적 노동법 전문가로 알려진 김지형 위원장에게 놓인 사회적 대화 환경은 녹록지 않다. 6일 <매일노동뉴스>가 눈여겨볼 대목을 전망해봤다.
사회적 대화 참여 논의 여력 소진한 민주노총
우선 민주노총 참여다. 민주노총은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들어서 사회적 대화 틀거리를 새로 짤 때마다 초청장을 받았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의 취임 일성 중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포함됐다.
전망은 밝지 않다. 민주노총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회 사회적 대화 참여를 두고 내부 동력을 거의 소진할 정도로 논쟁을 벌였다. 현 민주노총 집행부는 국회 사회적 대화 참여 필요성을 조합원에게 설득하는 과정에서 “경사노위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반복했다. 국회 사회적 대화가 정부 주도로 진행된 그간의 경사노위 대화와 다르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가까스로 국회 사회적 대화에 참여한 민주노총이 가까운 시일 내에 경사노위 참여를 위한 논의를 재개할 여지는 크지 않다. 게다가 내년 하반기부터는 가파르게 선거국면에 돌입한다. 이 과정에서 설령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가 쟁점이 될 수는 있겠으나, 참여 여부를 그 전에 결정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도 의견이 다르다. 한 전문가는 “민주노총 참여를 호소할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이 전문가는 “민주노총 참여를 요구하는 순간 경사노위의 노사정 대화 대표성이 부실하다는 것을 시인하는 꼴”이라며 “민주노총 없는 ‘정상적 사회적 대화’에 대한 구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민주노총의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외곽 수준에서 접촉과 참여 독려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봤다.
3년간 개점휴업, ‘촉진자’ 역할 그려야
또 다른 쟁점은 의제다. 현재 경사노위는 들고 있는 의제가 없다. 법정 정년연장은 경사노위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논의의 틀을 옮겼다. 국회 사회적 대화가 열리면서 제한적이지만 특수고용직 등의 사회보험 적용 같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권기섭 전 경사노위 위원장이 한때 추진했던 조선산업 사회적 대화는 사실상 좌초했다. 게다가 경사노위 자체가 윤석열 정부의 반노조정책의 영향으로 3년간 개점휴업했다. 공무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같은 합의가 있긴 했지만 영향은 지엽적이다.
달리 말하면 할 수 있는 게 많다. 김지형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지역·업종·세대·계층을 아우르는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강조하며 의제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의제를 섣부르게 확대하기보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로드맵 수립을 우선 주문한다. 경사노위가 들고 있는 의제가 없으므로 오히려 자유롭게 사회적 대화의 사회적 기능을 재검토하고, 국회 사회적 대화와의 간격 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히 나오는 이야기는 ‘맏형 역할’이다. 채준호 전북대 교수는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 맏형이 돼 모든 의제를 경사노위에서 풀기보다 곳곳의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률가가 대화? “경험 있지만 잘할지는…”
마지막 쟁점은 김지형 위원장 본인이다. 경사노위는 기구의 특성상 오랫동안 노사관계 전문가가, 그것도 특히 노동계와 적어도 안면이 있는 전문가가 주로 임명됐다. 친노동성향의 진보법학자라지만 법관이 사회적 대화기구의 수장으로 온 것은 분명 이례적이다. 물론 김 위원장이 재판정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과 고 김용균씨 사망 관련 특별노동안전조사 위원장 등을 지내 대화와 조율에 익숙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유성기업 사용자 대리 등 노동계가 꺼릴 만한 이력도 지녔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김 위원장을 선택한 인선에 대해 “장고 끝에 신수”라며 “신수가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는 미지수”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