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회적 대화는 지속성이 있을까.
국회입법조사처가 31일 주최한 국회 사회적 대화 제도화를 주제로 한 토론회의 핵심 질문이다. 윤석열 정권들어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사실상 가동을 멈추고, 노정관계도 급속도로 경색하면서 제도권 사회적 대화는 실종했다. 국회 사회적 대화는 그런 조건 아래 태동했다.
각종 위기·전 정권 노정 경색. 국회 대화 호명
첫 발제를 맡은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선 전환의 위기에서 국회 사회적 대화 필요를 찾았다. 기후와 기술, 인구구조의 변화 등 각종 복합적인 변화요인이 원인으로 작동해 발생하는 저출생·고령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주거와 소득 불평등 심화가 사회갈등으로 수렴하는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정부 단독이 아닌 이해당사자와, 그리고 이해당사자 간 조율과 조정이 필수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이를 ‘특별한 전환을 위한 사회적 대화’로 지명했다.
여기에 기존 경사노위 체제의 한계도 고려했다. 윤석열 정권 이전부터 경사노위가 품고 있는 정부주도의 도구성 그리고 정권 성향에 대한 종속성이다. 또 경사노위 참여단체의 대표성 논란도 항상 뒤따랐다. 특히 노사정 3자 구도를 기본으로 하는 경사노위 구조는 전통적인 산업노동관계를 본뜬 것으로, 노동이 다변화한 시대에는 사회경제적 약자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국회 스스로 사회적 대화의 기능을 일정부분 수행해왔다는 대목이 고려됐다. 비단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 뿐 아니라 국회 사회적 대화 필요성을 주창한 주인공인 우원식 국회의장의 ‘킬러콘텐츠’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경험이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이 경사노위의 오랜 휴업 시기 국회가 사회적 대화의 새로운 공간으로 부상한 배경이다.
2년 주기 의장 임기 “누가 우원식만큼 할까”
다만 국회 사회적 대화는 여전히 안정성에서 의구심을 남기고 있다.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회의장은 2년 주기로 교체되며, 현 의장(우원식 의장)과 같이 노동계의 신뢰를 바탕으로 폭넓은 사회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여건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장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차기 의장이 을지로위를 만든 우 의장처럼 사회적 대화에 진심이겠느냐는 의미다.
국회도 이를 의식해 제도화에 나섰다. 안호영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과 문진석·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법을 고쳐 국회 사회적 대화를 뒷받침하는 법안을 냈다. 3안 모두 차이는 있지만 대동소이하다. 특히 국회의장 산하 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기본 골격이 같다. 학계는 △국회 사무총장 직속안 △국회예산정책처안 △미래연구원안(독립법인) △국회의장 위원회안이 있다고 본다. 각각의 장단이 다른데 발의안 3개는 공통적으로 국회의장 위원회안이다. 설치와 운영의 유연성을 담보할 수 있지만 국회의장에 따라 유동적이고 독립성이 낮다. 달리 말하면 ‘우원식 개인기’에 여전히 의존하는 구조란 의미다.
마침내 사회적 대화 ‘다변화’ 구획정리는 미흡
보다 중요한 문제는 국회 사회적 대화로 무엇을 할 것이냐다. 현재 의제는 있다. 지난 15일 공동선언식을 한 국회 사회적 대화는 △첨단·신산업 경쟁력 강화 △특수고용직·플랫폼·프리랜서 사회보험 및 사회안전망 △대·종소기업 간 거래조건 등 협의요청권 부여를 다룬다.
그렇지만 국회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사회적인 역할을 할 것이냐는 어디서도 다루지 않고 있다. 특히 이를 정의하고 설명해야 할 법안은 답안지를 쓰지 않았다. 정 부연구위원은 “국회 사회적 대화 기구는 기존 경사노위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입법부와 행정부 간 역할 분리 및 공존 구조를 정립하는 새로운 모델”이라며 “국회 사회적 대화의 정체성과 제도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관점이나, 현재 발의된 세 법안은 역할 분화의 원칙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사노위와 국회 사회적 대화가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분배하며, 의제의 흐름과 합의의 구속력을 연계할 것인지 단계적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