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10일인 ‘세계 사형 폐지의 날’을 맞아 “우리 사회가 생명과 인권의 가치를 더욱 깊이 성찰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총 113개국으로 1991년 48개국에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30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사형제 폐지를 목표로 하는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 비준을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사형제 폐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2020년 사형집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는 내용의 ‘유엔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유예) 결의’에 처음으로 찬성한 뒤 2022년과 지난해에도 결의안에 대해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를 규정한 형법 41조1호 등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을 심리 중이다.
인권위는 9일 성명을 내고 “인간의 생명은 한 번 잃으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므로 생명권은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는 권리”라며 “사형은 모든 이에게 살인을 금지하면서 국가가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해 생명권을 부정한다는 모순이 있다”고 밝혔다.
사형제 존치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범죄자에 대한 정당한 응보적 형벌 필요성과 범죄억제 효과를 근거로 제시하지만 사형은 생명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범죄자의 재사회화라는 형벌의 목적을 포기하는 것일 수 있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인권위는 “인간의 판단은 얼마든지 잘못될 가능성이 있고 2007년 재심으로 무죄판결을 받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오판에 의한 사형집행의 경우 그 생명은 회복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 국가의 책무인 범죄 예방은 국민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책 수립과 사회적 기반 조성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인권위는 “국가가 이러한 책무를 다하지 않고 범죄 예방을 사형제 유지로 달성하려는 태도는 국가의 책임을 모호하게 한다”며 “사형의 유지 및 집행이 범죄억제의 효과를 발휘하는지도 확실하게 검증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