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세종대로세어 연 총파업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이 주 4.5일 근무제 등을 요구하며 지난 26일 오전 파업을 이끈 뒤 같은날 늦은 오후부터 서울 중구 은행회관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철야 단식을 시작했다. 사용자쪽은 핵심쟁점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다.

금융노조 3년 만 파업, 2만2천명 광화문 집회

26일 오전 서울지하철 시청역 3번 출구에는 ‘내일을 바꿀 주 4.5일제’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오갔다. 조합원들은 광화문역 5번 출구까지, 약 400미터를 메웠다. 조합원들은 산업은행지부·KEB하나은행지부·경남은행지부 등 지부별로 모여 앉아 집회에 참석했다. 3년 만의 노조 총파업에 주최쪽 추산 2만2천명이 참여했다.

집회에서는 넷플릭스 시리즈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 골든(Golden)과 신해철의 ‘그대에게’ BTS의 ‘불타오르네’가 흘러나왔다. 박자에 맞춰 조합원들은 “4.5일 쟁취하자” “노동시간 단축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김형선 위원장은 “오늘 우리를 5년, 10년 후 국민과 언론에서 옳았다고 기억할 것이다”며 “노조가 2002년 주 5일제를 도입하고 난 뒤 대한민국에 주 5일제 시대가 열린 것처럼, 오늘 우리는 다시 그 역사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과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출신인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금융노조 위원장 출신인 박홍배 민주당 의원이 참석해 지지와 연대 발언을 이어갔다. 노조는 집회가 끝나고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한 뒤 해산했다.

이후 위원장은 은행회관 앞에서 천막을 치고 4.5일제를 요구하는 무기한 철야단식에 들어갔다. 여전히 바뀌지 않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의 입장을 돌리기 위해서다. 주 2회 실무교섭과 주 1회 대대표교섭은 계속해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날 파업 뒤 노사 대대표 교섭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여당 노조 요구 지지, 노사협상 주목

금융 노사교섭은 정부와 여당도 주목하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2일 금융산업 노사가 자율적 주 4.5일제 도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민주당도 적극 지원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0일 한국노총과의 간담회에서 “정부 공식 입장은 노사 자율 주 4.5일제 시행이고,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도 이 뜻을 확실히 전달해 원만한 교섭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 노사가 주 4.5일제를 도입하면 사회적으로 제도 도입 논의를 촉진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국정과제에 포함해 추진 중이다. 저출생·고령화와 산업재해 등 문제 해결을 위해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1명당 연간 노동시간은 1천859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천708시간보다 151시간 길다. 이미 경기도에서는 올해 68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 4.5일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고, 노동부는 내년 주 4.5일제 시범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예산 325억원을 배정했다.

금융 노사는 2002년에 주 5일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우리나라의 노동시간 단축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후 2004년 주 40시간으로 법정 노동시간이 단축되면서 공공부문과 1천명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주 5일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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