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화섬식품노조
▲ 자료사진 화섬식품노조

임금·단체교섭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고도 “이틀만 기다려달라”며 서명을 거부한 사용자쪽이 돌연 직장폐쇄를 강행한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도 안산 폐기물업체 비노텍 이야기다. 공격적 직장폐쇄 소지가 크다.

2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비노텍은 이날 6시부터 비노텍 공장과 관련 시설에 대해 직장폐쇄를 했다. 직장폐쇄는 노조의 쟁의에 대항한 사용자의 대표적인 방어권이다. 통상 파업 등의 범위나 방식이 사회통념을 넘어설 때 노무수령을 거부하는 행위다. 통상 수준의 파업이나 쟁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직장폐쇄를 강행하면 공격적 직장폐쇄로 보고 부당노동행위로 제재할 수 있다.

파업 수위 낮춘 노조에 공격적 직장폐쇄 소지

이번 비노텍의 직장폐쇄는 공격적 직장폐쇄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 직장폐쇄를 통보한 시기가 노조의 전면파업 해제 직후기 때문이다. 화섬식품노조 비노텍지회(지회장 윤태영)는 최근 사용자쪽에 전면파업을 부분파업으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했다. 파업 수위를 낮추겠다는 노조를 상대로 가장 높은 수위의 방어권인 직장폐쇄를 강행한 것이라 쉬이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비노텍 노사는 이미 잠정합의까지 도출했었다. 지난 15일 고용노동부 안산지청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이 참관한 가운데 노사 교섭이 열려 잠정합의를 했다. 다만 그날 날인하자는 노조와 참관인 요구에 대해 비노텍 대표이사가 이틀만 말미를 달라며 연기했다. 대표이사가 직접 교섭에 임했던 터라 노조와 참관인 모두 이런 의사를 존중했지만, 대표이사는 교섭 직후 병원에 입원한 뒤 연락이 두절됐고, 이후 파업 수준을 축소하기로 한 노조에 대해서 직장폐쇄를 강행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할지청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노동부 안산지청은 이날 직장폐쇄 직후 비노텍을 찾아 사용자쪽과 면담하려 했지만 대표이사를 만날 수 없었고, 공격적 직장폐쇄에 해당할 수 있으니 제고하라는 권고만 남길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윤태영 지회장은 “시간을 달라고 할 때 마음을 또 바꾸는 것 아닌가 우려했지만 안산지청과 경기지노위 관계자들도 있어 응했는데 사달이 났다”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사용자쪽은 이날 직장폐쇄 배경을 묻는 <매일노동뉴스> 질문에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모기업 EMK 통제, 대표이사 단독 재량 넘은 합의?

일각에서는 비노텍의 모기업인 EMK가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MK는 2010년 JP모건이 안산지역 폐기물업체 6곳을 모두 인수·통합해 설립한 기업이다. JP모건은 EMK를 사모펀드인 IMM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고, IMM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다시 EMK를 싱가포르 펀드에 팔았다. 노무관계와 관련해서는 모기업인 EMK의 통제를 받고 있어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노텍 노사는 4월부터 임금·단체교섭을 시작했다. 지회는 △장기근속 포상 확대 △명절 복지포인트 인상 △자녀 학자금 제도 개선 △식비 인상 △통근비 지원 확대 △문화체육활동 지원 확대 등을 요구했다. 임금은 지회가 21만2천40원 정액 인상을, 사용자는 2.2% 인상률을 제시했다. 경기지노위 조정이 진행됐지만 지회가 정액 인상을 포기하고 4%로 인상률을 제시한 반면 사용자는 2.2%를 고수해 결렬했다. 이후 지회는 7월6일부터 주말근무 파업을 하다가 전면파업으로 전환했다. 이날로 파업 80일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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