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산업 위축이 방송과 영화 노동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언론개혁시민연대·엔딩크레딧은 2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K영상콘텐츠산업과 노동진단’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성장에 따른 방송·영화 등 전통적인 콘텐츠산업이 축소되면서 노동조건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산업 위축, 스태프 노동환경 악화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OTT 중심의 미디어 재편과 노동의 후퇴’ 발제에서 콘텐츠산업 시장 추이와 그에 따른 노동조건 변화를 점검했다. 정부는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51조3천797억원을 콘텐츠산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의 ‘2024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시장 매출 규모는 18조9천575억원으로 전년 대비 8천4억원 감소했다.
방송산업이 위축되면서 프로그램 제작도 줄고, 노동조건이 취약한 방송 스태프들의 피해로 전가되고 있다. 권 사무처장은 특히 방송 스태프들이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 스태프들은 표준보수에 관한 지침도 없으며, 구체적인 근로조건도 명시하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방송프로그램 제작 스태프 표준계약서’를 마련했지만 법적인 규정이 아니다.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방송스태프지부가 노사정협의회를 제안했지만 최종적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권 사무처장은 드라마 스태프 상황도 지적했다. 드라마 스태프는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노동자성’과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을 두고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2022년 특정 드라마 방송제작 현장에 참여한 스태프 93명에 대한 근로자성을 인정했지만, 근로조건 미작성의 고의성은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그나마 괜찮았던 영화마저
OTT 확산으로 노동조건 후퇴
방송 드라마 대비 영화 현장은 제도적 개선을 이뤄왔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화비디오법)’에 따라 영화노사정협의회가 운영되고, 임금·근로시간·표준보수지침 등이 법률로 명시됐다. 표준계약서 사용 여부를 재정지원과 연계하는 조항도 마련돼, 2019년 77.9%였던 표준계약서 사용률이 2023년 90.9%로(순제작비 10억원 이상 기준) 개선되기도 했다.
하지만 권 사무처장은 최근 영화산업도 OTT 확산과 관객 감소로 노동조건이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작 편수 축소와 OTT 집중 현상으로 영화 스태프들의 일자리와 근로조건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1억1천562만명이었던 영화 관객수는 지난해 7천147만명으로 줄었다.
영화인신문고의 2022년 실태조사 결과, OTT 제작 콘텐츠에 참여한 스태프들의 표준계약서 작성률은 43%에 그쳤다. 어렵게 쌓아온 영화현장 노동조건이 OTT 콘텐츠 제작으로 쏠리면서 △근로표준계약서 미작성 비율 확대 △턴키계약(고용·관리 외주 일괄 위탁) 부활 △근로시간 확대 등이 목격되고 있다는 영화산업노조의 진단이 나왔다.
권 사무처장은 K영상콘텐츠 제작 축소 규모와 노동자 감소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성’ 논쟁은 중단돼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일터권리 보장 강화 △근로기준법에 보호대상 적용 범위 확대 △비정규직 등 노동자 보호 위한 고용노동행정 강화 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사무처장은 “글로벌 OTT 독점에 대한 우려와 대응 방안에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보호에 관한 이야기는 빠져 있다”며 “이제라도 정부는 영상콘텐츠 산업적 위기를 중심으로 노동자를 포괄하는 논의 테이블을 만들어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