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단계적 도입 의무화와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에 비해 노동자가 연금 운용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만큼 노동계 입장에 시선이 쏠린다. 노동계 내부에서는 노후소득 보장 수단이 제조도입 논의 시작이었던 만큼 원금 보장과 안정성 역시 중요하고, 따라서 공적 기관에서 기금을 운영하는 안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감지된다.
국민연금만으로 어려운 노후소득 보장
기금형 퇴직연금 논의는 국민연금만으로는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을 하기 어렵다는 데에서 출발했다. 노후소득 보장을 보완할 제도로 퇴직연금이 있지만,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은 구조적으로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기금형으로 구조를 개혁해 수익성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국정과제는 이 의견을 반영한 셈이다.
계약형 퇴직연금의 10년 평균 운용 수익률은 2.07%이다. 기업이 금융기관과 계약하고, 기금운용 결과 책임은 사용자가 지는 구조다. 연금 가입자인 노동자는 회사가 계약한 금융기관의 상품만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지난해 퇴직연금 가입자 82.6%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선택했는데, 원리금보장형은 1년 만기 정기예금이다. 은행들만 퇴직연금 시장에서 꾸준히 수수료 이익을 보는 구조다.
반면 우리나라 유일 기금형 퇴직연금인 근로복지공단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푸른씨앗’은 올해 9월 기준 연환산 수익률 8.94%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노·사·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수탁법인이 기금운용위원회를 만들어 연금을 운용·관리하는 구조다. 노사공동으로 운영 정책을 결정하고, 법인에 기금운용업무를 위탁하는 방식이다. 노동자가 기금운용 원칙에 개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국민연금처럼 사망할 때까지 매년 지급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도 가능해진다.
노동계 “민간은 지급률 보장 안 돼”
쟁점은 기금형 퇴직연금을 운영할 수탁법인이 어떤 유형이 될 것인가다.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단일형과 연합형, ‘마스터트러스트’형이다. 단일형은 한 사업자가 설립한 비영리법인, 연합형은 산업별·공공기관별·지역별 등 여러 동질적 사용자가 설립한 비영리법인, 마스터트러스트형은 여러 이질적 사용자가 설립한 법인으로 영리법인까지도 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산업별 퇴직연금운용 법인을 세워 연합형으로 운용할 수 있고, 국민연금공단이 수탁법인이 되거나 퇴직연금기금공단을 세워 마스터트러스트형으로 운용할 수도 있다.
국회에서는 공적 기관이 운영하는 원칙에는 합의하되, 구체적 방식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0명 이상 사업장은 국민연금공단이, 100명 미만 사업장은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근로복지공단이 모든 중소기업의 퇴직여금제도를 운영하는 퇴직급여법 개정안을,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푸른씨앗을 확대해 퇴직연금공단을 설립하는 퇴직연금공단법안을 낸 상태다.
노동계는 공적 기관에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과 노동조합의 과제’ 세미나에서 “가장 걱정은 민간 수탁법인들이 운영을 했을 때 손실이 발생하거나 사기 등에 휘말리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라며 “그런 경우 지급률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 지급률을 보장하거나, 기금을 공적 기관에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