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 자녀산재 피해자가 이른바 자녀산재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을 촉구했다. 소급적용을 제한하고 남성노동자 영향을 배제한 대목을 겨냥했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28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산재법이 많은 피해자를 부당하게 배제하고 있다”며 “피해자를 보호하는 자녀산재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자녀산재법은 어머니의 산업영향에 따라 자녀에게 질병이 발현했을 때 자녀와 어머니를 모두 산재 피해자로 보는 법률이다. 그러나 자녀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아버지쪽 산업영향은 배제돼 있고, 법률 시행일인 2023년 1월12일 이후 출생 자녀에만 적용하도록 해 기존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는 문제도 안고 있다. 다만 부칙을 둬 법 시행일 전 3년 이내에 출생한 자녀를 법 시행일 이후 3년 이내에 청구하는 경우에 한해 적용이 가능하다.
이런 법률조항을 벗어난 피해자는 단칼에 산재신청이 반려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여성노동자 ㄱ씨의 자녀 3명은 재해조사나 업무관련성 평가도 받지 못하고 신청 한 달 만에 소급기간이 지났다며 불승인처분을 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 남성노동자 ㄴ씨 자녀는 아버지 산업영향을 들여다보지 않는 법률 탓에 역시 산재신청이 불승인됐다.
이런 법률상 문제는 이미 국회에서도 짚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아버지 업무상 유해요인이란 이유로 태아 산재가 불승인됐다”며 “근로복지공단은 자녀 차지 증후군이 아버지 정씨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임신 중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태아산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입법미비”라고 지적했다. 국감에 출석한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법률 개정은 없었다.
ㄴ씨는 불승인처분을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 2월20일 재심사를 청구했다. 7월23일 재심사 심리회의가 열렸고 현재 재심사 재결서를 기다리고 있다. 공단 최초 판단이 뒤집힐 여지는 크지 않아 결국 행정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법률이 남성노동자 태아산재 영향을 부인하는 한 승소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조승규 공인노무사(반올림)는 “소송은 너무나 길고 기약 없는 싸움”이라며 “국회는 선제적으로 법을 바꾸기보다 소송을 방관하는 선택을 했고 자녀산재에서 이런 과정이 또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