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재계가 노동자 파업 등에 제기했던 보복성 손해배상 청구를 잇따라 취하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이 임박한 영향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소 취하를 넘어 교섭에 나서라고 일침을 놨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에 제기한 3억6천800만원 손배소 3건을 취하했다. 현대자동차는 앞서 2010년과 2013년 불법파견 시정을 요구하며 울산 3공장 생산라인을 1시간가량 멈춰세운 지회와 노동자를 상대로 손배를 청구했다. 2010년 파업에는 노동자 2명에게 7천500만원을, 2013년 파업에는 5명에게 4천600만원을 청구했다. 이후 2023년에도 울산 4공장 점거 파업 노동자 2명에게 2억4천700만원을 청구했다. 2010년과 2013년 소송은 대법원이 파기환송했고, 2023년건은 현재 1심 계류 중이다. 다만 여전히 다수의 소송이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보다 앞서 CJ대한통운과 제일제당도 택배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24억원 상당의 손배소 2건을 취하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와 교섭 과정에서 노사 상생에 기초해 합의를 이끌었다.

현대제철은 13일 현대제철 비정규직 461명에게 46억1천만원을 청구한 손배소를 취하했다. 2021년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현대제철이 이행하지 않고 자회사를 만들자 벌어진 파업이다. 다만 현대제철은 당초 200억원을 청구했다가 1심에서 5억9천만원만 배상 판결을 받은 손배소는 취하하지 않았다.

상징적인 손배소인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동자에 대한 470억원 손배소는 아직 최종 취하가 이뤄지진 않았다. 다만 취하를 두고 협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잇딴 재계의 손배소 취하 배경은 노조법 개정으로 모아진다. 노조법 개정안 가운데 3조는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보복성 손배를 제한한다. 집단 노사관계에서 개별 조합원에게 손배를 청구하는 것을 제한하는 개정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가담 정도에 따라 손배를 제한하도록 했고, 노동자의 생계 등을 고려해 최종 손배액을 정하도록 재판부에 의무를 부여했다. 그간에는 노조와 조합원의 활동에 차등을 두지 않고 모두 동등한 책임을 부여해 천문학적인 배상부담을 줬다. 이 때문에 파업 이후 노동자 수십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는 “국회와 정부는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하고 시행해 사업장 내 원하청 교섭을 현실화하라”며 “사용자쪽에도 조속한 원청 책임과 교섭 참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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