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건설산업 안전문제와 불법다단계 하도급 근절 대책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불법하도급에 대한 발주자 처벌 조항을 명시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발주자·설계사·감리사의 책임까지 명시한 건설안전특별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설산업연맹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연맹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건설산업 재해감소와 불법 다단계 하도급 근절을 위해서는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해 선제적 예방책을 만들고, 처벌대상과 수준을 확대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사후적 제재 강화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주자·설계사·감리사에도 산재사고 책임
국회에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안이 계류돼 있다. 건설공사 구성원인 발주자, 건축설계 과정에 참여하는 설계사, 설계도면을 점검하는 감리사 등에도 산재사고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사망사고 발생시 연매출의 최대 3% 이하 과징금 또는 최대 1년 이하의 영업정지를 부과할 수 있다.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의 형사 처벌하는 내용도 마련돼 있다.
송주현 연맹 정책실장은 “건설안전특별법은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되고, 9월 중 공청회를 할 전망인데 이미 21대 국회에서 나왔다가 폐기된 법안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더 이상 통과를 미룰 필요가 없다”며 “연내 빠른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안은 설계단계에서부터 안전을 고려한 공사기간을 산정하고 공사비용을 책정해 안전한 건설공사가 이뤄지도록 하려는 취지다.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열린 ‘중대재해 반복 발생 근절 대책’ 토의에서 문진석 의원안이 대안으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국정과제에서도 연내 통과를 예정하고 있다.
“발주자 불법하도급 강요하면
최대 3년 징역, 3천만원 벌금 내야”
연맹은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해 발주자에 대한 처벌 조항을 넣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맹이 제시한 개정안은 발주자가 불법하도급을 강요하는 경우, 3년 이하 및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조항을 만들었다. 원도급사가 불법하도급을 묵인하는 경우 관리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책임을 따져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최대 6개월간 영업정지를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불법하도급을 준 하도급사는 부실시공 혹은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3년 이상의 무기징역형을 줄 수 있게 하고, 영업등록을 말소하게 했다. 불법하도급을 받은 하수급인은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고, 최대 6개월의 영업정지를 받게 했다.
건설업은 발주자-시공사(원도급사)-시행사(하도급사)까지만 하도급을 허용한다. 시행사가 재하도급을 하면 불법인데도 현장에는 하도급이 만연하다.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하도급을 통해 영업과 수주비용이 줄고, 수수료 이익이 발생하는 데다 하자 및 보수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 발주자가 하도급을 지시하거나 묵인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법원 판결 흐름을 보면 발주자가 시공을 주도했다면 건설현장 원청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공사기간 단축 요구로 산재를 야기했다는 이유다.
김희재 연맹 사무처장은 “발주자의 책임을 말하고 있는 건 아주 신선하거나 새롭게 나온 게 아니라, 아주 오래된 요구였고 건설현장에 대량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부조차도 일시적 대책으로 만들었던 것들”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는데, 연맹 차원에서도 산재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