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원안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혹시나 모를 더불어민주당의 본회의 수정안 시도를 사전에 견제하려는 의도다. 줄곧 처리 반대 입장을 견지했던 재계는 국회 본회의가 다가오자 2조 개정 폭 축소로 목표를 수정했다.
재계, 7월 임시회 개정 불발 뒤 “입법 저지”
8월 국회 본회의 잡히자 “수정안 나오면 수용”
노동계와 재계는 1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연이어 노조법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재계는 10시20분 노조법 2조 사용자 범위 개정안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노동쟁의 대상에서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삭제할 것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부칙상 유예기간도 6개월에서 1년으로 늦춰 최대한 시행시기를 미루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새로운 입장은 아니다. 재계는 지난달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 논의 과정에서 유사한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보복성 손해배상 등을 제한하는 3조 개정안은 수용할 테니 2조는 개정하지 않거나 최대한 보수적으로 해 달라는 요구였다. 이달 4일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노조법 표결이 무산된 이후에는 언론 등을 통해 노조법 개정 전면 반대 입장을 드러냈지만, 호응이 크지 않고 정부·여당도 거듭 개정 의지를 드러내면서 요구치를 다시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 이어 20분 뒤인 이날 10시40분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노동계는 노조법 개정안 수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계 입장에서는 현재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노조법 개정안은 특수고용직과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를 노조법상 노동자로 추정하고, 반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두는 2조1호 개정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반쪽짜리 개정안이다. 게다가 보복성 손배를 노조가 아닌 조합원 개인에게 지우는 것을 금지하려던 3조 개정도 일부 제한적으로만 수용돼 법률 개정 취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나마도 본회의 통과에 막판 진통을 겪고 있어 단 한 줄도 고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이날 소통관에 먼저 도착해 기자회견 순서를 기다리던 중 회견장에 입장하는 재계에 “마타도어를 중단하라”는 취지로 항의했다. 양쪽 기자회견은 각각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주관했다.
배달호가 띄우고 쌍용차·조선하청이 키운 노조법 개정
한편 노조법 개정안은 198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에 입사한 뒤 구조조정에 반발해 2002년 파업했다가 구속되고 손해배상 65억원 청구소송에 피소돼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배달호씨 사건에서 싹을 틔웠다. 이후 정리해고에 반발해 파업했다가 마찬가지로 거액의 손배 청구 등을 겪은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 그리고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적은 푯말을 들고 1평 남짓한 철제감옥에 스스로를 가둬 조선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알린 2022년 6~7월 조선하청 파업 등으로 노조법 개정 목소리가 확대됐다. 노란봉투법은 한 시민이 쌍용차 해고노동자에게 보내는 성금을 월급봉투인 노란봉투에 담아 언론사에 보낸 것에서 유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