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공장이 불탄 뒤 고용승계는 나몰라라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화재보험금 525억원을 받고도 재건 노력을 했다며 보험사에 200억원을 추가로 달라고 협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옵티칼은 2022년 10월 화재 뒤 삼성화재보험으로부터 보험료 525억원을 받았고, 기업휴지위험담보 200억원 추가 지급을 받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애초 한국옵티칼은 1천373억원 규모의 화재보험에 가입했다. 이 가운데 200억원은 기업휴지위험담보인데, 주로 영업 활동이 중단됐을 때 영업을 재개하는 기간의 손실을 보전하는 보험이다. 한국옵티칼 사례로 따지면 2022년 10월 구미공장 화재 뒤 공장 재건 등까지 소요되는 기간에 발생한 영업피해를 보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옵티칼은 2022년 11월 청산을 결정했다. 영업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 없었으므로 영업 재개를 전제로 한 피해보전 성격의 기업휴지위험담보를 받을 자격이 된다고 보긴 어렵다. 한국옵티칼 청산은 모기업인 일본 니토덴코 그룹이 2022년 11월2일 결정하고, 같은달 4일 한국옵티칼 경영진이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에 통보했다. 평택의 쌍둥이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로의 물량 이전은 이미 10월 말부터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공장 재건 등 영업 재개를 위한 활동 기간은 없다시피 한 셈이다.
한국옵티칼 사태를 추적해 온 시민사회단체 손잡고는 반인권적 태도라고 규탄했다. 손잡고는 “노동자 박정혜가 실온 45도를 넘는 폭염 속에 7명 남은 노동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한 지 4일로 575일째”라며 “고용승계를 안건으로 대화를 촉구했으나 도무지 고용승계 대화에 나서지 않았던 한국옵티칼이 보험금 1원 한 장 더 탈탈 털어 보겠다고 보험사와 미지급액 협의 중이라는 사실이 치가 떨리게 분노스러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손잡고는 한국 정부쪽도 규탄했다. 외국인투자기업 청산 과정에서 노동자 고용안정을 살피거나 검토할 어떤 장치나 시도도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는 외국인투자 촉진법(외국인투자법)은 투자 진흥만 강조할 뿐 고용 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누락돼 있다.
민병덕 을지로위원장은 “외국인투자기업이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면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함에도, 한국옵티칼은 한국 정부의 지원만 누리고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며 “화재보험금을 받아내는 데만 몰두하며 가장 중요한 고용안정 책임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한국옵티칼은 지금이라도 교섭에 적극 참여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