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섬식품노조
▲ 화섬식품노조

경기도 안산의 폐기물업체 비노텍 노동자들이 한 달 가까이 파업 중이다. 폐기물업에 대한 사모펀드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업계 노사관계의 바로미터가 될 여지가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화섬식품노조 비노텍지회(지회장 윤태영)는 지난달 6일부터 전 조합원 파업을 시작해 이날로 29일째다. 4월부터 시작한 올해 임금·단체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교섭에서 지회는 △장기근속 포상 확대 △명절 복지포인트 인상 △자녀 학자금 제도 개선 △식비 인상 △통근비 지원 확대 △문화체육활동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임금인상은 당초 21만40원 인상을 요구했다가 기본급 4% 인상으로 하향했다. 그러나 사용자쪽은 2.2% 인상을 고집하고 있다. 1일 교섭에서는 0.1%포인트를 더 인상한 2.3%를 제시했지만 지회는 수용하지 않았다.

지회 “사용자, 대체근로까지 준비”

교섭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노동위원회 조정도 불성립하면서 지회는 파업했다. 지회는 사용자가 교섭에 제대로 임하지 않았고, 파업 뒤 대체인력 투입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윤태영 지회장은 “대표는 바쁘다며 몇 차례나 교섭에 불참하는 등 사용자쪽은 교섭에 제대로 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교섭 중 비조합원에게 조합원 업무를 습득하게 하는 등 대체근로 준비도 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용자쪽의 이런 행위가 파업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의심하고 있다. 파업 뒤에도 정상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정황 때문이다. 윤 지회장은 “파업 뒤 다섯 차례 정도 만났는데 파업 전과 내용이 달라지지 않았고 최근에야 임금 0.1%포인트 추가 인상안을 가져오는 등 교섭으로 파업을 풀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노동탄압을 시작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회 요구안을 들어줄 돈이 없다는 사용자쪽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긴 어렵다. 전자공시시스템 공시를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비노텍의 당기순이익은 13억3천416만원이다. 2023년 33억7천339만원과 비교하면 큰 폭 감소했지만 노동자쪽 임금요구 수용에 필요한 예산이 약 2억원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비노텍은 2023년 50억원 배당에 이어 지난해에도 33억원을 배당하는 등 모기업(EMK)에 이윤을 돌려주고 있다.

돈 없다더니 당기순이익 13억원

이런 가운데 노조가 파업하고, 기간도 한 달 가까이 지속하면서 폐기물업계의 눈길이 쏠린다. 폐기물업계는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점과 폐기물 인·허가 승인이 어려운 점 등이 알려지면서 사모펀드와 규모를 갖춘 대기업의 인수시장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노텍도 2010년 JP모건이 안산지역 6개 폐기물업체를 하나로 합쳐 만든 EMK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JP모건은 다시 비노텍 등 EMK를 IMM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고, IMM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다시 EMK를 싱가포르 펀드에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본지는 사용자쪽에 노조 교섭·파업 관련 입장을 확인하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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