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세종호텔 고공농성장을 방문해 “노사법치주의라는 말로 많은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것보다 우선하는 건 노사자치”라며 “노사 당사자 합의보다 나은 판결은 없다는 게 제 평생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고공농성장을 찾았다. 민주노총 관계자와 진행한 현장 간담회에서 홍지욱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기업 노사관계를 법으로 따지는 경우도 있는데 법리를 넘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게 있지 않냐”고 말하자 이렇게 답했다. 대법원에서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내린 것을 두고 세종호텔 사쪽이 이를 ‘방패막이’ 삼아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외면한 채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부분을 노동계가 지적하자 김 장관이 이에 화답한 셈이다.

고진수 지부장과 3분가량 통화

세종호텔은 2021년 12월10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을 한 것이다. 해고노동자들은 경영 상황 악화가 코로나19라는 일시적이고 특수한 상황에서 기인한 것이어서 긴급한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당해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위원회와 1심과 2심 재판부에 이어 대법원까지 모두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하며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후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은 복직을 촉구하며 세종호텔 앞 명동대로 교통시설 구조물에 올랐다. 이날로 163일째다. 지부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해외 관광객 유입 등으로 호텔 영업이 어느 정도 정상화된 만큼 해고노동자들이 복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농성장을 찾아 고진수 지부장과 3분가량 통화했다. 고진수 지부장은 김 장관에게 2012년 세종호텔 파업 당시 김 장관이 민주노총 위원장이었던 인연을 언급하면서 “노동법이 여전히 아직까지 노동자들에게 너무 불리한 지점이 많다”고 호소했다. 고 지부장은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 시기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했지만 이것만으로 고용이 유지되지 않았다”며 “저희가 너무 억울하다 보니까 이만큼 왔는데 이대로는 그냥 내려갈 수는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정부 차원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겠다”며 “폭염에 지부장의 건강도 걱정스럽고 또 태풍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한번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2리터 얼음 생수 올리는 게 전부, 내려올 수 있도록 살펴봐 달라”

이날 간담회에는 김 장관과 김유진 노동부 노동정책실장, 권태성 서울고용노동청장 등이 참석했다. 노동계에서는 홍지욱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김광창 서비스연맹 위원장, 최대근 관광레저산업노조 위원장, 허지희 세종호텔지부 사무장과 김란희 조합원이 함께 했다.

홍지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폭염으로 기온이 38~39도까지 되는데 고진수 지부장 살려야 하지 않겠냐”며 “빠른 시간 내 해결하기 위해 장관이 관장하는 실무 협의체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김영훈 장관은 “사람이 있고 법이 있는 것이지, 법이 있고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공직자의 첫 번째 도리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라고 말했고, 누구보다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이어 “제안한 내용 가장 빠른 시일 내 회신하겠다”고 답했다.

지부 조합원들은 고진수 지부장 건강이 염려된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오후 5시30분 기준 고공농성장 온도는 37.6도였다.

허지희 세종호텔지부 사무장은 “하루 5시간마다 2리터짜리 얼음 생수를 (고공으로) 올리는 게 다인데 지부장이 건강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끝까지 살펴봐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란희 지부 조합원은 “고 지부장이 고공에 있을 때 시골에 계신 노모, 노무, 장모 부고장이 날아올까봐 그게 가장 두렵다고 한다”며 “빨리 땅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가족과 같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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