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면 윤석열 정부에서 얼어붙었던 노정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는 첫 장관 후보자인 만큼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다.
김영훈 후보자는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에 장관으로 임명되고 나서 역할을 해 달라’는 취지로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말하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노총 사회적 대화 참여를 위한 복안이 있느냐는 박 의원 질의에 김 후보자는 “다양한 형태의 거버넌스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특히 정년연장 TF 같은 경우에 당장 올해 안에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하는 중요한 위원회(기구)”라며 “꼭 하나만이 아니라 다양한 중층적 사회적 대화기구에 민주노총이 산업별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면서 자연스럽게 최상급의 사회적 대화도 이뤄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탈퇴해 지금까지 복귀하지 않고 있다. 다만 우원식 국회의장 주도로 논의가 시작된 ‘국회판 사회적 대화’ 실무회의에는 참여해 왔고, 더불어민주당이 발족한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TF’에도 함께하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산별노조 등은 산업·업종별로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의를 해 왔다. 보건의료노조는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와 공공의료 강화, 보건의료인력 충원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9·2 노정합의를 했다. 2021년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해 주요 택배 5개사와 정부, 노동계가 분류작업 제외 같은 사회적 합의를 이룬 바 있다.
국민의힘 간사 김형동 의원은 이날 민주노총 파업을 언급하면서 “노사정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민주노총은 과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하는 세력이라고 보는 시선도 많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민주노총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장관의 위상도 공고해질 것 같은데 동의하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율하겠다”고 답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불법파업조장법 아닌 대화촉진법·격차해소법”
김영훈 후보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과 관련해 “당정협의를 통해서 조속한 시일 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두차례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만큼 숙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신속한 처리를 강조한 것이다.
박정 의원은 이정식 전 노동부 장관이 ‘불법행위 자체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김문수 전 노동부 장관이 ‘헌법상 재산권 보호와 충돌된다’고 말한 것에 대한 김 후보자의 생각을 물었다. 김 후보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에 노동 3권이 보장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며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과 하청이 형식적 고용관계가 있지 않다고 해서 그 자체로 불법이 되고, 불법으로 인해 손배소송이 남발되고, 노동자는 극렬하게 저항하는 악순환이 됐다”며 “현실과 헌법 가치의 불일치를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기업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이를 최소화하고 현장에 안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영훈 후보자는 앞서 모두발언에서 “노란봉투법은 대화 자체가 불법이 되고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과 극한 투쟁의 악순환을 끊는 ‘대화촉진법’이고 ‘격차해소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년연장·주 4.5일제
“추진하되 양극화 심화하지 않도록”
김 후보자는 정년연장과 노동시간단축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김 후보자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첫 출근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정년연장과 주 4.5일제를 두고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공적연금 지급시기와 퇴직 시기의 불일치를 일치시키는 문제가 시급하다”며 “반드시 올해 안에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대기업·공공부문 정년만 연장하면서 중소기업에서는 미스매치가 발생하지 않고,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업의 기회가 작아지지 않도록 잘 살펴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박해철 민주당 의원의 장시간노동 개선 방안 질의에 김 후보자는 “노동시간 단축이 중요하다”며 “연차휴가가 있는데도 제대로 못 쓰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자유롭게 연차를 쓸 수 있도록 노동기초질서 단속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이행과 관련해서는 “가능한 것부터 시범사업을 하고 지원하겠다”며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도 ‘그림의 떡’이라고 생각하는 영세노동자와의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면서 선도하는 기업에 대해서 지원하면서 자율적으로 안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장관으로 취임한다면 이 문제에 물꼬를 틀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명칭을 ‘노동부’로, 5월1일 근로자의날을 ‘노동절’로 변경해야 한다는 질의에는 각각 “진지하게 검토하겠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