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퇴직노동자들이 포항공장 구조조정 중단을 사용자쪽에 촉구했다. 미국 관세 영향으로 철강산업 경기침체가 시작되면서 사용자쪽은 잇따라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체절 포항공장 퇴직노동자들은 3일 오전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시와 지역정가에 “노사민정이 참여하는 철강산업 위기대응 및 고용안정 지역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철강산업 국가 전략산업 재정립과 정의로운 산업전환 지원특별법, 철강산업 지원법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현대제철에는 구조조정 중단과 설비투자 계획 수립을 요구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 내수 부진 겹쳐 불황
현대제철은 지난달부터 포항2공장 무기한 휴업을 시작했고 1공장 중기사업부 매각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발 철강 공급 과잉과 국제적인 수요 부진, 그리고 건설업 침체로 내수까지 부진하면서 철강업계 어려움이 커진 탓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국내 3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81로 16분기 연속 기준치(100)에 미달해 부정적 전망을 이어간 가운데, 철강 BSI는 67로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실제 올해 5월 기준 철강 대미수출액은 16.3%포인트 감소했다.
내수 부진 타격이 크다. 건설경기가 위축되면서 건설자재로 들어가는 철근 재고가 쌓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값싼 중국산 자재가 수입되면서 경쟁력을 저하했다. 여기에 미국이 4일 철강과 알류미늄 관세를 25%에서 50%로 두 배 상향하면서 수출 경쟁력도 위축했다.
노동자들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고민 없이 구조조정만 실시하는 것은 경제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실현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지금이 기업의 투자와 정부의 정책,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포항공장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골든타임이지만 누구도 이를 고민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 논리만 앞세운 현대제철의 포항공장 구조조정은 지금이 끝이 아니다”고 전망했다. 최소한의 설비만 유지한 공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전락해 지역경제 기반을 무너뜨릴 것으로 봤다.
관세 위기에 미국행 “위기마다 구조조정만”
노동자들은 위기가 있을 때마다 현대제철은 사업 재편만 가속했다고 지적했다. 2021년 코로나19로 철강 수요가 줄자 포항 외 사업본부의 사업을 중단하고 해외 계열사 구조조정을 강행했고, 지난해에는 중국산 저가 철강으로 1분기 적자가 나자 국내 생산기지를 축소해 미국 루이지애나에 투자를 결정했다. 이런 해외투자가 국내 구조조정과 지역경제 붕괴를 가속한다는 비판이다.
포항시도 제대로 된 대처를 아예 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포항시는 2021년부터 주소이전 지원금 같은 단기적 인구정책을 내놨지만 산업과 일자리가 무너지면 인구정책은 무의미하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조조정 대응과 고용안정, 철강산업 정상화를 위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1967년 강원산업으로 출발해 50년 넘게 대한민국 기간산업과 지역경제 중심을 지켜온 공장으로 국가 경제와 산업발전, 지역고용 버팀목 역할을 했다”며 “이번 (현대제철의) 구조조정은 포항공장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협력업체와 화물노동자, 건설노동자 그 가족과 지역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역정치인 “민관공동TF 구성해야”
그나마 시의회는 포항시에 지원책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 김은주 더불어민주당 포항시의원은 지난달 30일 포항시의회 본회의에서 “포항의 철강산업 침체가 도시 전반을 붕괴로 몰아넣는 구조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며 민관공동 TF 구성을 촉구했다. 김 시의원은 △정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및 철강산업 특별법 제정 건의 △철강산업위기대응 TF 긴급 구성 △기업지원과 노동자 실직, 재취업을 위한 대책 마련 △2차전지 등 미래산업 패러다임 전환 △포항형 맞춤 지원 및 재정투자 기반 마련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포항국가산단 가동률은 2분기 기준 76%로 지난해 2분기 93.1%에 비해 급감한 데다 중앙상가 공실률도 40%에 육박하는 등 미국 러스트벨트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