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위스키 수입·판매업체인 윈저글로벌이 실시한 희망퇴직에서 기존의 36개월에서 12개월 줄어든 24개월 기간만 퇴직위로금을 지급한 것은 단체협약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사 단체협약에는 ‘경영상 사유에 의한 해고 과정에서 최대 36개월간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은 희망퇴직이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위스키 업계 노동자들은 사용자가 같은 방식으로 단협을 위반할 여지를 노동청이 제공했다며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노동청 “희망퇴직, 노사 합의로 근로관계 종료”
1일 <매일노동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윈저글로벌은 지난해 5월17일 근속연수 15년차 이상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희망퇴직자에게는 근속연수의 1.5배수에 해당하는 퇴직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기간은 24개월로 제한했다.
그런데 ‘24개월’ 기간은 단협에서 체결한 기간보다 짧아 노동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노사는 “해고가 불가피한 경우 경영상의 사유에 의한 해고 과정에서 회사는 퇴직을 자원하는 직원에게 최저 8개월, 최대 36개월의 특별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단협을 체결한 바 있다. 윈저글로벌노조(위원장 김민수)는 이를 단체협약 위반으로 보고, 올해 3월 서울남부지청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으로 진정했다.
하지만 노동청은 5월 ‘법 위반 없음’으로 행정종결 처리했다. 경영상 사유에 의한 해고 과정이 아니라는 사쪽 입장의 손을 들었다. 서울남부지청은 “회사의 희망퇴직 공고문에 따라 근로자들이 퇴직신청을 하는 방식을 통해 근로자와 사용자 간 합의에 따라 근로계약을 종료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경영상 이유’라는 해고의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않아 위법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남부지청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포함해 해고회피 노력, 공정한 해고 기준 설정, 노조와의 협의 등이 필요하다”며 “회사가 제시한 요건은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없고, 실제로 회사가 경영상 해고의 성립요건을 갖추기 위해 요건을 갖출 조치를 취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매각설 나도는 위스키 업계, 희망퇴직 번질 우려
노조는 회사가 생존을 이유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맥락을 무시한 판정이라고 주장한다. 윈저글로벌은 지난해 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내수 경기의 약화, 로컬 위스키 시장의 지속적인 하락, 치열한 경쟁 상황, 저조한 경영 성과 등을 고려할 때 업무 프로세스 전환 및 급진적인 영업전략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이는 직원 개개인의 일하는 방식에 대대적 변화를 요구하며, 임직원 전체의 혁신이 전제돼야만 가능한 생존 전략”이라고 했다.
노조는 서울남부지청이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에 대해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을 외면했다고 봤다.
노동자들은 노동청 해석이 위스키 업계 전방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외 위스키 시장이 하향세로 전환한 상황이고, 윈저글로벌과 같은 위스키 업체들은 경영권 매각 추진설이 돌고 있다. 이와 같은 인력 구조조정이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위’ 위스키 제조 업체 골든블루는 지난해 매출액이 2천94억원으로 전년(2천241억원) 대비 6.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 498억원에서 2024년 339억원으로 30% 넘게 줄었다. 위스키를 수입·유통하는 업체인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이 1천762억원으로 전년(1천853억원)보다 5.5% 감소했고, 윈저글로벌은 2023년 1천103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1천32억원으로 6.4% 줄었다.
이 때문에 위스키 업계 노동자들은 위스키노조연대회의를 설립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식품산업서비스노조 골든블루지부,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노조, 윈저글로벌노조가 속해 있다.
김민수 윈저글로벌노조위원장은 “노동부가 경영상 해고가 아니고, 이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을 한다면 단협의 모든 조항들이 같은 방식으로 무력화할 수도 있다”며 “(노동청에) 재진정을 넣는 등 여러 방법으로 이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