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딩크레딧

“원고 작성뿐 아니라 상품권 내역 작성과 발송, 통제구역 출입자 기록 관리까지 맡았다. 때로는 작가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싶은 순간들도 있었지만 방송에 대한 애정이 있었고 프로그램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며 감당해 왔다. 정해진 틀 안에서 회사의 지시에 따라 일했다. 방송 작가를 진정한 ‘프리랜서’라고 말할 수 있을까.”

KBS청주방송총국에서 10년 넘게 라디오 작가로 일하다 지난해 프로그램 폐지를 이유로 해고된 A씨는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지난 2월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아직 복직하지 못했다.

A씨와 엔딩크레딧·직장갑질119 등 노동·시민단체는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해고된 방송작가를 원직복직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KBS청주방송총국에 2011년 5월 입사한 A씨는 라디오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맡아 일하다 지난해 11월 담당 프로그램 폐지로 인한 해고 통보를 받았다. A씨는 계약의 형식만 프리랜서일뿐 사실상 회사의 지시를 받아 직원과 다름없이 일했다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사용자쪽은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며 부당해고가 아닌 용역계약 해지라고 주장했다.

충북지노위는 “A씨에 대한 프로그램 해지 통고는 부당해고”라며 “A씨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충북지노위는 “A씨는 방송을 스스로 기획 편성하는 결정권이 있거나 스스로의 계산하에 독립적 행위를 한 바는 없이 방송의 세부 내용을 PD의 요구에 따라 작성하고 진행에 보조역할을 했고 PD에게서 지속적인 지휘·감독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기 때문에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사용자쪽은 지노위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미 2022년 7월 MBC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방송작가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한 바 있다. KBS전주에서 부당해고된 방송작가 사건을 맡았던 김유경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돌꽃)는 “‘무늬만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법적 투쟁을 벌였고 대부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맞다는 결론을 얻었는데도 KBS를 비롯한 사용자들은 개선 내지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KBS는 ‘시간끌기’만 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당장 A씨를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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