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시간’이 가고 ‘대선의 시간’이 온다.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면서 즉각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덕수 “차질 없이 차기 대선 관리할 것”

헌법 68조2항에서는 대통령 궐위나 사망, 판결 등의 사유로 자격을 상실했을 때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4일을 기준으로 60일째 되는 6월3일 이전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5월 말~6월 초 대선일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 6월3일(화요일) 유력설도 나온다. 2017년 3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파면 선고 뒤 60일째인 5월9일(화요일) 선거일이 결정된 바 있다.

대통령 선거일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공고할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 35조1항에서는 대통령 궐위로 인한 선거의 경우 60일 이내에 실시하되, 선거일은 늦어도 선거일 전 50일까지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자가 공고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한덕수 권한대행은 50일 전인 14일까지 선거일을 공고해야 한다. 2017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박 전 대통령 파면 선고 5일 뒤인 3월1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선거일을 공고했다. 8일 정례 국무회의에서 대선일 및 공휴일 지정 안건을 처리할지 주목된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 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 대선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월3일 조기 대선시 후보자 등록기간은 선거일 전 24일부터 2일간(5월10~11일), 선거운동기간은 선거일 전날까지 22일(5월12일~6월2일) 동안 이뤄진다. 이에 따라 각 정당은 5월11일 이전까지 경선을 마치고 후보자를 선관위에 등록해야 한다. 대선에 출마하려는 지방자치단체장은 선거일 30일 전인 5월4일 이전에 사직해야 한다.

중앙선관위는 대통령 궐위선거 사유 확정에 따라 이날부터 21대 대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현재 여유 있는 쪽은 더불어민주당이다. 헌재가 윤 전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를 위헌·위법이라며 파면을 선고했고, 지난 넉 달간 민주당에 유리한 여론 지형이 유지됐다. 이재명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이기도 하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4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우리 민주주의 최초로 대선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자”고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에 제안했다.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해 야권 연합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야권 주자들 “미래로”, 말 아끼는 여권 주자들

진보당은 이날 대선 후보 선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공고에 따라 8~9일 후보자 등록, 10일부터 선거운동, 15~19일 전 당원 총투표를 거쳐 진보당의 대선후보가 18일 확정된다. 당내 선거의 사전 필수 단계인 ‘출마예정자 자격심사’를 거친 당원은 지금까지 김재연 상임대표, 강성희 전 진보당 국회의원 등 2명이다.

여권에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미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날 주요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이재명 대표는 긴급 입장 발표에서 “국민과 함께 대통합의 정신으로 무너진 민생, 평화, 경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지사는 자신의 SNS에서 “이제는 광장의 분열과 적대를 끝내고,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 경제대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제 분열의 시간을 극복하고 통합의 마당을 열고, 내전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수 전 지사는 “개헌을 통한 새로운 7공화국의 문도 함께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또다시 파면된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동훈 전 대표는 사진의 SNS에 “끝이 아니다. 함께 고통을 나누고 함께 극복하자”고 말했다.

오세훈·홍준표 시장은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