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에서 우리나라가 184개 국가 중 17위를 기록했다고 한국경총이 밝혔다. 노동 자유 점수는 56.4점으로 12개 평가항목 중 가장 낮아 ‘부자유’ 등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노동 자유 점수는 세계평균 수준이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노동규제가 높지 않다는 뜻이다.
싱가포르 1위, 한국 17위, 미·일 27위
10일 경총에 따르면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경제자유지수에서 우리나라가 전년도보다 3계단 내려온 17위를 기록해 ‘거의 자유’ 등급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이번 조사에서 총점 74점을 기록했다. 싱가포르가 84.1점으로 1위를, 스위스와 아일랜드가 83.7점·83.1점으로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미국과 일본은 모두 70.2점으로 27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151위(49점)다.
경제자유지수는 평가대상 184곳의 기업·개인 경제활동 자유수준을 분석한 연례보고서다. 우리나라는 12개 항목별 평가에서 법치주의 분야 △재산권 89.4점 △사법 효과성 77.3점 △청렴도 68.8점, 정부 규모 분야 △조세 59.6점 △정부지출 81.8점 △재정 건전성 93.8점, 규제 효율성 분야 △사업 자유 90점 △노동 자유 56.4점 △통화 77.6점, 시장 개방성 분야 △무역 73.2점 △투자 60점 △금융 60점을 받았다.
한국경총은 노동 자유 점수에 주목해 “G7국가와 비교할 때 한국 노동시장(노동 자유) 항목 점수는 독일을 제외하면 가장 낮았다”며 “전년 87위에서 13위나 떨어진 100위를 기록해 한국의 경직된 노동규제가 노동시장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설했다.
노동 자유 점수는 초과근무 제한이 존재하는 국가는 0점을, 존재하지 않는 국가는 100점을 받는 방식으로 최저임금과 노조할 권리, 해고 통지 기간, 법률에 따른 정리 해고, 해고 퇴직금 등의 규제를 평가한다. 미국이 77.7점으로 가장 높고 이탈리아 70.7점, 캐나다 69.4점, 일본 67.8점, 영국 63.2점, 프랑스 60.2점 순이다. 독일은 53.3점이다.
우리나라 점수는 184곳 평균 수준이다. 노동 자유 점수를 집계하지 못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리히텐슈타인·우크라이나 같은 국가 8곳을 제외한 176곳 평균 점수는 56.8점이다. 경총은 노동규제가 강해 노동 자유 점수가 낮다고 지적했지만, 세계 평균과 큰 차이 없는 것이다.
노동 자유 점수가 가장 높은 곳은 오스트리아(81.8점)와 싱가포르(77.1점)·미국(77점) 등이다. 북한이 5점으로 가장 낮았다.
‘전기 접근권’ 등 사업 자유 4위
노동 자유 점수와 대비해 사업 자유 점수는 90점으로 덴마크(93점)·호주(92.5점)·싱가포르(90.6점)에 이은 4위다. 전기에 대한 접근이나 여성 노동력 공급 등을 토대로 산출한다. 헤리티지재단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전반적 규제 환경은 잘 제도화돼 있고 비교적 효율적”이라며 “이 나라의 사업 자유 점수는 세계 평균보다 훨씬 높고, 노동 자유 점수는 세계 평균 수준”이라고 해설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의 정치적 불안을 언급한 대목이다. 재단은 총평에서 “한국 경제가 경쟁력 있는 민간부문에 힘입어 회복력을 보였으나 정치적 혼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번 경제자유지수 평가는 지난해 6월 통계와 법·제도를 기반으로 하지만 발간 시점은 지난달 28일로, 12·3 내란사태에 따른 경제 혼란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경총쪽은 “글로벌 평가에서 한국 노동시장은 한국 경제 경쟁력 저해 걸림돌”이라며 “각국이 자유 기업 경쟁력 강화와 투자유치를 위해 앞다퉈 규제개선과 인센티브 지원에 나선 만큼 한국 경제의 만성적 문제로 지적된 노동규제 개선과 노사관계 선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