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노동계 위원을 배제한 채 국민연금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서면회의를 소집해 국민연금기금 결산자료를 심의하고 기획재정부 보고까지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을 추천한 양대 노총은 절차상 하자를 인정하고 사과를 촉구했다. 복지부는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면회의 자료도 못 받아 심의·의결권 침해
7일 양대 노총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실무평가위 회의를 서면으로 열고 2024년 국민연금기금 결산을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계가 추천한 위원 3명이 회의에 참여하지 못해 심의·의결 권한이 침해됐다. 양대 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복지부는 서면회의 개최에 반대한 노동계 추천 위원 3명을 제외한 실무평가위원에게만 안건자료 및 의결서를 송부해 안건을 처리하고 최종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는 개최하지도 않았으며 실무평가위 심의결과만을 바탕으로 기재부에 결산자료를 최종보고 했다”며 “국민연금기금 운용 관련 절차를 지키지 않은 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재정과는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고 공식적으로 사과를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개최된 회의는 당초 2월18일 오후 충정로사옥에서 대면회의로 개최될 예정이었다. 복지부는 지난달 4일 이런 실무평가위 회의 개최 사실을 위원들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같은달 7일 국회일정을 이유로 잠정 연기했고 다시 27일 기금결산을 안건으로 회의를 연다고 지난달 12일 다시 통보했다. 그러나 21일 돌연 일정 취소를 통보했고 24일 서면회의 개최 동의 여부를 위원들에게 확인했다. 규정에 따르면 서면회의를 개최하려면 재적위원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현재 재적위원은 19명이다. 위원 가운데 노동계 위원 3명과 알려지지 않은 다른 위원 1명이 서면회의에 반대했다. 회의 개최 여부를 물을 당시 결산안 등 회의자료는 위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대면회의 하쟀더니 서면회의 불참? 말이 되냐”
이후 노동계 위원들은 27일 서면회의 개최 여부를 통보받지 못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서면회의 개최통보를 별도로 하지 않은 채 서면회의에 동의한 위원들에게만 회의자료를 보내 회의를 진행하고 결산을 심의·의결했다. 회의 개최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노동계 위원은 양대 노총에 확인을 요청한 뒤에야 서면회의 개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민주노총 추천으로 실무평가위원으로 활동하는 나원준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서면회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회의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는 아니다”며 “대면회의를 하자는 반대의견을 자의적으로 서면회의에 불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면회의 개최에 동의를 구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기존 관행이 있어 이를 따른 것”이라며 “규정에 대한 해석 여지가 있고 문제제기가 있었으므로 개선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규정은 통보를 의무로 정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실무평가위 회의 개최와 의결은 기금운용위원회 규정을 준용하는데. 이에 따르면 실무평가위원장은 회의 개최 7일 전까지 회의 일정과 안건을 위원에게 통보해야 한다. 위원에게는 소집 통보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회의에 출석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게다가 나 교수는 2월24일 복지부에 보낸 문자에서 “이번 회의는 기금 결산이라는 중대한 안건을 논의하는 자리이므로 직접 대면 설명과 의견청취가 필수적”이라며 오히려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관행이라며 서면회의 반대 의사를 심의 불참으로 확대해 해석한 것은 심의·의결권한을 침해한 셈이다.
양대 노총 “기금운용위 차일피일 미룬 복지부”
양대 노총은 “복지부는 통상 1~2월 개최해야 할 기금운용위를 계속 미루고, 2월말 시간이 없자 이런 잘못을 저질렀다”며 “서면회의로 결산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문제, 실무평가위원 중 노동계 추천인만 배제한 문제, 최종의결을 할 기금운용위마저 임의로 개최하지 못한 문제 등 적법한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복지부는 스스로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확약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