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내란 정국에서 세 개의 시민주의를 발견했습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품에서 자란 MZ세대의 시민주의가 새롭게 탄생했고, 계엄군 동원 과정에서 드러난 군대의 시민주의가 제복 입은 시민의 얼굴로 나타났습니다. 또 하나는, 노조가 시민사회의 가장 강력히 조직된 시민으로 등장해 혼돈의 정국에서 시민사회를 주도했다는 사실입니다.”
30년 연구 집대성한 두 권의 저서 발간
28일 정년퇴임을 한 조대엽 고려대 교수가 12·3 내란사태 국면에서 나타난 세 개의 시민주의를 이렇게 규정했다. 조 교수는 30년간 사회학과 교수로 재임하면서 그동안의 연구를 집대성한 <사회운동과 역사주기> <21세기 노동의 귀한> 두 권의 방대한 저서를 발간했다.
그는 정년퇴임 전날인 지난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사회학 30년의 여정’이란 제목의 정년기념 출판회를 열고 ‘실천 사회학자’로서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여정의 길에 올랐다. 일반적으로 퇴임하는 학자들은 제자들의 논문을 봉정 받는 것이 관례인데, 조 교수는 본인이 직접 저서를 써서 한 시기를 마무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조 교수는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을 세 번 연임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장을 역임했다. 금융산업공익재단 이사장도 맡은 바 있다. 현재는 민간 싱크탱크인 사단법인 선우재 이사장 및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조 교수는 출판회에서 “새로운 시민주의 주체들이 죽은 민주주의의 서사를 되살리고 있다”며 “새로운 시민주의 주체들이야말로 잠든 역사의 신을 깨우고 역사의 종말을 늪에서 구출할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가늠해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새로운 시민주의가 열어내는 중심 있는 민주주의, 지속가능한 민주주의가 ‘역사의 신은 죽었는가’라는 우리 시대의 질문에 대답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혼란스러운 내란 정국 속에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던졌다.
“퇴임 이후 ‘노동학’ 연구 지평 더 확장”
이번에 출판한 <사회운동과 역사주기>는 4·19 혁명부터 2000년대 이후 촛불시위까지 이어져 온 현대 한국 사회운동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조망한 조 교수의 사회운동 연구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운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인 ‘역사주기론 시각’을 도입해 사회운동 분석의 지평을 확장했다는 평가다.
<21세기 노동의 귀한>은 조 교수가 연구의 지평을 ‘노동학’으로 넓히면서, 21세기 노동의 비전으로 ‘노조시민주의’를 제시했다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노조의 시민성’ 개념을 재정립하고 지속가능한 노동에 관한 논의를 확장했다. 특히 11명의 전현직 산별노조 위원장들과의 대담을 통해 노동의 현재와 미래를 담았다.
조 교수는 후학들이 연구의 성과를 계승해 나가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내란 정국에서 세 개의 시민주의를 발견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이에 대해 누군가는 연속적으로 파헤치고 고민해서 무언가 답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특히 노조는 시민사회의 조직된 주류가 됐다”고 강조했다. 퇴임 이후에는 ‘노동학’ 연구를 더 발전시키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민주주의 문제를 노동의 영역에서 조금 더 구체화해서 노동학이라는 범주에서 노조시민주의라는 개념을 가지고 연구를 집중했다”며 “이제는 지속가능한 노동의 문제로 넓혀서 성과가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연구를 계속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