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내내 건설노조 때리기에 여념이 없었던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지만, 떠난 조합원은 아직 노조로 돌아오지 못했다.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내놓지 못해 건설산업이 엉망이 되면서 실직이 늘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잡혀갔지만 여전히 건설기업은 노조 조합원 채용을 노골적으로 꺼린다. 지난달 임기를 시작한 건설노조의 조승호(59·<사진>) 노조 위원장과 강한수(49·사진 사무처장의 첫 번째 목표가 조직 정상화인 까닭이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노조 사무실에서 이들을 만나 당면 과제와 향후 노조의 대응을 들었다.
“탄압으로 망가진 노조 바로 세우기, 조합원과의 약속”
- 당선을 축하드린다. 각오가 있다면.
조승호: 윤석열이 2년 반 동안 건폭몰이를 하면서 조합원이 이탈하고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 양회동 열사가 건폭몰이에 항거하며 몸을 불살랐는데 지금 분이 좀 풀렸을지 모르겠다. 열사 명예와 자존심 회복도 해야 한다. 노조를 바로 세우는 것이 조합원과의 약속이다.
강한수 : 윤석열 정권의 탄압과 건설산업의 역대급 경제충격이 있다. 두 가지가 겹쳐 힘든 시기를 보냈다. 건설현장에서 무너져내린 건설노조와 건설노동자의 지위와 노동조건을 반등해야 할 3년이다.
-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가.
조승호: 무너진 조직 복원이다. 전문건설업체가 내국인 고용을 기피하는 상황이 여전하고, 건설현장 안전이 위협받고, 부실공사 같은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대응이 어렵다. 조직을 정비해 중앙과 지역이 공동투쟁을 해서 조합원을 다시 확대해야 한다. 윤석열 2년 반 동안 건설산업이 20년 전, 30년 전 상황으로 돌아갔다. 워낙 탄압에 짓밟혀서 그렇다. 그러면서 조합원 약 3만명이 떠났다 일자리 문제도 있지만 윤석열 폭압을 못 이겨 나간 조합원도 많다. 임금체불도 늘었다. 최근 정부발표에서 건설업 체불이 지난해와 비교해 9.6%가 늘었다는 것 아닌가. 정부와 자본이 모든 불합리한 문제를 노조 탓으로 돌리면서 발생한 문제다.
강한수: 건설현장에 아예 조합이 들어가지 못한다. 정부와 자본의 편 가르기 때문이다. 조합원을 우선 배제하고, 내국인과 이주노동자를 구분하고, 이제는 이주노동자 가운데 집단을 이룬 이주노동자를 편 가르기해 배제하고 있다. 단결하고 조직된 노동자가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고 흩어진 노동자는 건설자본에 끌려간다. 그런데 조합원 고용 자체가 막히고 건설현장에 들어가지 못하니 문제다. 배제된 경험을 극복하고 승리감을 만드는 투쟁이 필요하다.
이주노동자 쟁점, 정부의 건설 전망 부재가 원인
- 정책적 대응 과제는.
강한수: 건설업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엉망이다. 건설노동자 전직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고용보험상 취업자수가 적으니 고용보험 신고를 제때 하라는 일선 지도도 있다. 이런 것들이 건설산업 활성화 대책이라고 나온다. 황당하다. 현재 건설경기 문제는 탄핵과 관련이 깊다. 사회가 안정돼야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고, 경제가 돌아가야 주택경기도 활성화한다. 선거용의 무분별한 토목정책을 펴라는 게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인위적으로 삭감하고 손을 대지 않은 SOC사업을 일부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조승호: 중요한 과제는 윤석열 정권의 완전한 조기퇴진이다. 윤석열 정권이라는 조건 아래 SOC사업을 비롯해 어떤 건설정책이 발표돼도 희망이 없다. 단적인 게 불법고용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건설사를 처벌해야 하는 현행 제도에도, 윤석열 정권은 되레 사용자를 사면하고 이주노동자 관련 규정을 풀면서 불법을 종용한다. 반대로 노동자에겐 어땠느냐. 일거리를 요구하면 공갈협박이라고 하고, 40명 넘게 구속시키고, 벌금을 매겼다. 불법 다단계 근절 의지도 없다. 하루빨리 윤석열을 파면하고, 조기대선을 거쳐 건설노동자 요구안도 마련하고 제진보정당 정책협약도 추진하는 등 길을 찾아야 한다. 최우선 대책은 빠른 윤석열 파면이다.
- 최근 건설산업 최대 쟁점은 이주노동자다.
강한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건설산업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고용노동부가 정책 철학이 없다. 국내 생산과 소비의 문제를 비롯해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의문이다. 보이지 않는다. 건설공사 가운데 토목공사는 장비의 쓰임이 많고, 건축공사는 노동집약적 현장이다. 기술과 원자재 수급, 건설기능인력 양성 등에 대해 정부 계획이 뭔가. 단순히 자재값이 오르니까 공사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인건비 절감에 나서는 것 아닌가. 땅값이 올라 분양가가 높아지니 마찬가지로 또 인건비를 줄이겠다고 한다. 가장 손대기 쉬운 문제가 인건비니까 그렇다. 내국인이 없으니 이주노동자 데려오겠다? 그런데 실제 우리나라 건설산업 규모에 대한 예측과 전망, 향후 돌파구에 대한 모색 등이 있은 후에 인력을 추계하고 부족한지 아닌지 따져본 뒤에 전개해야 할 문제 아닌가. 그런데 현재 이주노동자 도입은 내국인 젊은 노동자가 오지 않고, 현장에서 공사비를 낮출 대목이 인건비밖에 없으니 갖은 핑계를 대 모집하는 것이다. 그러니 내국인과 일자리를 놓고 직접적으로 대립하게 된다. 이런 갈등요소를 만들 게 아니라 근본적 건설산업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권의 건설산업 관련 정책에 대한 평가는.
조승호: 마이너스 50점. 내국인 노동자는 다 죽이고 건설사와 자본만 살리는 방식이었다. 실제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건설노동자 죽음에 대한 처벌은 다 솜방망이다. 윤석열은 건설노동자가 죽거나 말거나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되는 대기업만 지원했다. 유명무실해진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하는 개정 입법이 필요하다.
강한수: 노동안전 주무부처는 노동부인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에 가져온 게 위험성평가와 스마트안전이다. 위험성평가는 자율규제를 한다고 하면서 CCTV만 늘렸다 위험성평가를 하고 서류만 갖추면 책임이 없다고 하니까. 스마트안전은 일례로 추락시 충격을 줄이는 튜브기능 조끼가 대표적이다. 100만원 짜린데, 한 번 쓰면 충전에 20만원이 든다. 어느 현장에서 노동자에게 이런 고가의 장비를 입히나. 게다가 조끼 위에 각종 연장과 안전고리까지 걸어야 하는 현장노동자 상황을 생각하면 이게 제때 펴질지도 모른다. 이런 대책을 내놓고 있는 거 자체가 문제다.
-상반기 탄핵을 위해서라도 투쟁을 지속할 것 같은데. 계획은.
조승호: 말이 탄핵이지 실제로는 내란이 지속되고 있다. 노조를 탄압한 노동정책을 펴 온 정부기관장들이 다 내란에 동참하고 있다. 구체적인 투쟁계획은 아직 검토 중이지만 다음달 세계여성의날을 비롯해 5월 노동절 등 시의성 있는 투쟁과 함께 정부청사 앞 릴레이 투쟁 등도 고민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더 수립해야 한다. 사실 투쟁에 대한 특별한 전망이 나오기 어렵다. 윤석열 파면투쟁을 열심히 하는 것이 우선이다.
강한수: 강조하고 싶은 대목이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준수다. ILO는 정부부처의 건폭몰이에 대해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건설노동자가 고용과 실업을 반복하는 문제도 노사 교섭의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행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지난 건폭몰이 와중에 노사합의로 채용된 일반조합원의 임금을 부당이득이라고 지칭하는 당국을 보면서 정말 황당하고 화가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