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상품 규제를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바꾼 뒤 일반 금융상식과 비교해 어렵고 위험한 파생결합증권이 활개를 쳐 시민과 노동자가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은 30일 ‘금융투자상품 규제 강화 필요성과 방향’ 워킹페이퍼를 발표하고 파생결합증권 규제 강화를 강조했다.
파생결합증권은 2019년 많은 피해자를 낳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을 비롯해 주가연계증권(ELS), 주식워런트증권(ELW), 상장지수증권(ETN) 등이다. 주가나 환율·신용·원자재 같은 기초자산의 등락에 따른 지수 변동과 연계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상품이다. 파생결합증권은 증권지수 변동에 매개한 상품으로 다양한 금융상품 중 하나지만 금융당국은 이런 종류의 상품을 파생결합증권으로 통칭하고 있다.
금융상품은 당초 열거주의를 채택한 증권거래법에 따라 국채증권·지방채증권·주권 또는 신주인수권을 표시하는 증서 등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러다 2009년 증권거래법을 대체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시행하면서 투자성을 지닌 모든 금융상품을 금융투자상품으로 정의하는 포괄주의를 채택했다. 이 결과 고수익을 강조한 새로운 유형의 금융상품이 판매됐다.
포괄주의를 채택하면서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위법을 행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준법감시기구가 힘을 발휘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특히 문제는 금융소비자 신뢰가 탄탄한 은행이 별다른 사전 지식 없이 파생결합증권을 판매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점이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환매중지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 피해가 커지자 금융감독원이 2020년 7월 내놓은 파생결합증권 건전화 방안 당시 발표자료를 보면 ELS 투자 가운데 개인이 투자한 40조7천억원 중 35조7천억원이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여·수신 전문기관인 은행이 본연의 업무와 거리가 있는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을 무분별하게 판 것이다. 이후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이 새로 제정돼 상품 판매에 제동이 걸렸지만, 자본시장법의 포괄주의 규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런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금융상식이 비교적 높지 않은 시민과 노동자의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이한진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 개인이 파생결합증권을 통해 얻는 긍정적 효과는 저금리 상황에서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가능성에 불과했다”며 “은행은 대규모의 수수료 수익을 창출했고 증권사는 저비용의 자금조달 효과를 얻었지만 일반 금융소비자로서의 노동자는 투자 원금을 모두 날려 노후빈곤 문제에 직면했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