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윤석열 정부의 의료정책 개정과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에 따른 재정지출이 지속되면 건강보험 재정이 이르면 내년 적자로 전환하고, 2028년부터 건강보험 준비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급한 의료 정상화와 국가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2일 정부의 이른바 의료개혁 정책과 비상진료대책을 반영한 건강보험 재정전망 보고서를 내놓고 이같이 강조했다.

응급실 뺑뺑이 없앤다며 수가표만 매만져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병원의 거부로 응급실 입원이 어려워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망이 늘자 이를 개선하겠다며 의료정책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5년간 20조원을 들여 지역완결형 의료제도를 도입하고, 상급종합병원에 쏠린 의료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중증·응급 수가와 소아·분만 수가 인상에 각각 7천200억원, 4천300억원을 투입해 의료인력 유인을 늘리기로 했다. 또 기관 간 연계협력을 위해 연계협력 수가도 400억원을 들여 올해 내 인상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2027년까지 저수가 퇴출을 추진해 상급종합병원의 잦은 중증수술을 우선 보상한다. 건강보험 재정 2조5천억원을 투입한다. 또 10조원을 들여 상급종합병원의 일반 병상을 축소하고 중증 진료 비중을 늘리는 등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도 실시한다.

이런 계획과 함께 의대 정원을 증원하려 시도하자 의사단체는 의료교육이 붕괴한다며 집단 진료거부에 나섰다. 상급종합병원 중추인력인 전공의 대부분이 자리를 이탈하면서 의료체계가 붕괴 직전에 이르자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을 월 2천85억원씩 투입해 비상진료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중증·응급환자 초기진료와 중증환자 수술·입원을 지원하기 위해 건강보험 수가를 한시적으로 인상한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 투입을 발표한 지난 2월20일부터 10월31일까지 지출한 금액은 7천551억원에 달한다. 월 2천85억원에 미치지는 않는다. 비상진료기간 종료 뒤 지급하게 돼 있는 중증환자 입원 비상진료 사후보상금이 반영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국회와 논의해 건보 안정 운영 뒷받침해야”

예산정책처는 이런 방식으로 의료체계를 유지하면 내년부터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전환하고, 향후 10년간 누적적자액은 현행 제도 유지 대비 32조2천억원이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현행이란 의료개혁 정책과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지 않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2026년 건강보험 재정 적자 전환과 2030년 누적준비금 소진이 전망된다.

예산정책처는 국가의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예산정책처는 “의료개혁 등 정책 추진은 국회 예산 심의과정을 통한 국가재정 투입을 통해 가입자와 보험료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적 운영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공백 위기 대응은 국가가 추진하는 공공정책에 해당하므로 국가재정의 적극적 역할 분담과 원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의료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면서도 공공·필수의료를 전담할 의과대학 설립이나, 의료교육 부담을 경감하는 대신 지역의료기관에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지역의사제 도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는 공공의료원에 대한 지원도 최소한에 그쳐 빈축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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