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자 문제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3일 오전 국회 집무실에서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지회장 최현환) 노동자와 만나 “오랫동안 싸워 왔고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며 “외국계 투자기업과 관련해 여러 문제를 잘 알고 있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니토덴코 그룹 소속의 한국 자회사 3곳 중 하나다. 구미공단에서 LCD 편광필름을 생산하다 2022년 10월 화재로 공장이 전소하자 같은해 11월 청산을 결정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에 응하지 않은 지회 조합원 등을 해고했다. 조합원들은 구미공장에서 이날로 674일째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공장 강제 철거를 막기 위해 여성 조합원 2명이 331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고, 니토덴코 소속 또 다른 한국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 앞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89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최현환 지회장 “외투 혜택 받으며 고용승계만 거부”
최현환 지회장은 “니토옵티칼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혜택을 받으며 평택에서 영업을 이어 오고 있고 구미공장 물량을 이전해 30명을 채용하면서도 해고노동자 7명 고용승계는 거부한다”며 “니토덴코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며 2년6개월간 대화도 거부하고 있어 의장께서 사태 해결에 힘을 써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우 의장은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소현숙씨와도 화상으로 만나 위로를 건넸다. 우 의장은 “그 나라 노동상황을 알려면 굴뚝을 보라고 얘기해 왔는데 여러분이 옥상에 있다”며 “노동자가 옥상에 오르지 않도록 노사 간 대화를 하고 조건을 살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정혜씨는 “의장께서 과거부터 외투기업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함께 힘을 써 달라”고 말했다. 소현숙씨는 “(니토덴코가) 우리만 내버려두고 도망갔다”며 “열심히 일한 회사에서 이런 대우를 받고 쫓겨나니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한국옵티칼 사태 해결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던 김주영·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종오 진보당 의원도 이날 노동자들을 위로했다. 김 의원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참의원과 소통하고 있는데 니토덴코의 노조혐오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구미공장 방문한 때가 여름이었는데 지금 겨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의원은 “외국계 투자라며 혜택을 본 기업들이 고용문제가 발생하면 나몰라라 하는데 책임경영과 국제규범 준수 경영을 위해서라도 한국옵티칼 사안을 (해결해) 선례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투기업 ‘먹튀 몸살’, 국제규범으로 ‘선례’ 남길까
한국옵티칼 사례는 외국계 기업의 이른바 ‘먹튀’ 문제로 불거졌지만 최근에는 국제규범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공급망 내 인권침해나 환경오염·노동문제의 책임을 공급망 상위 기업에 지우는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법 등을 위반한 문제로 해석된다. 일본정 부 역시 2022년 다국적기업에 대한 인권·환경 존중 가이드라인인 책임공급망 등에 대한 인권존중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다만 실제 활용은 미비하다. 지회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 진정을 조사하는 한국 기업책임경영국내연락사무소(NCP)와 일본NCP에 니토덴코와 납품처인 LG디스플레이·애플 등을 제소했지만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옥상에서 1년] “세상이 이렇게 무서운지 몰랐습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합원 박정혜·소현숙씨가 보낸 편지
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 오전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와 만나 고용승계 문제 해결을 논의했다. 1월8일부터 이날까지 331일째 고공농성 중인 지회 조합원 박정혜·소현숙씨가 우 의장에게 편지를 보내 사태해결을 호소했다. 다음은 발췌문.
“… 12년을 열심히 일한 회사가 갑자기 저희를 버렸습니다. 공장화재 이후 조금만 기다려 달라던 회사는 한 달 만에 청산을 문자로 통보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상상도 해 본 적 없었습니다. … 불이 난 것이 노동자 잘못도 아닌데, 모든 책임은 노동자가 짋어지고 공장을 떠나야 했습니다. 닛또덴코 기업은 저희에게 한국 법대로 하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노동자의 집이 압류되고, 통장이 압류되고, 이제는 노동조합 활동까지 못 하게 가처분·간접강제금부여 신청까지 하며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왜 한국에는 이런 외투기업을 제재할 법이 없는 건가요? 법만 있었다면, 노동자들이 길거리와 고공에서 힘들게 싸울 일도 없었을 겁니다. 결국 저희는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공에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추웠고, 더웠고, 무서웠고, 답답했습니다. 그래도 모두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버틸 수 없는 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조합원들의 처진 어깨를 지켜보는 것이었습니다. … 저희의 소원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뿐입니다.” -해고노동자 박정혜씨.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니까 사회와 기업이 노동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연차 하나를 쓰는 것도 엄청나게 눈치 봐야 했습니다. 저는 평생 회사의 통제 속에서 기계처럼 살았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저희의 희생을 고맙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불이 나고, 생산물량과 보험금까지 야무지게 챙겼으면서, 직원들 고용승계는 모르는 척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그렇게 도망칠 거면서 왜 불이 나고 한 달만 가만히 기다려 달라고 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일한 직원에게 닛또덴코는 도망치는 순간까지도 도망친 지금까지도 비열합니다. 저희는 부자가 아닙니다. 한 달 꼬박 일해서 그걸로 가족들과 한 달을 빠듯하게 버팁니다. 일방적인 통보로 해고당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 노동자는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입니다. 이 추운 겨울, 길 위의 노동자가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저는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습니다. 다시 일을 해서 가족들을 돌볼 수 있게 연대해 주십시오.” -해고노동자 소현숙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