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출입문을 여닫을 때 민원이 많이 들어와요. 뛰다가 다쳤거나 문에 끼어 다쳤다고. 2명이서 민원 응대하기도 버거운데 1인 승무를 한다면 기관실에서 민원 현장까지 달려가야 해요. 혼자서 응대하는 게 쉽지 않을 거예요.” -지하철 기관사.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2호선에 1인 승무 제도를 도입하려 하자 반대가 거세다. 노동자와 이용객 모두 우려를 드러냈다. 현실적으로 적용이 불가능하고, 경영 효율화에도 영향이 미비하다는 이유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전국철도지하철노조궤도협의회와 함께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1인 승무 도입 관련 토론회를 열고 최근 실시한 1인 승무 관련 노동자·이용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9월 7일과 9일 양일 노동자 1천422명과 이용객 1천370명이 참여했다.

가뜩이나 응급환자 발생사고 1위인데

노동자에게 1인 승무 도입시 우려점을 5점 척도(매우 그렇다~전혀 그렇지 않다)로 물었더니 매우 우려한다는 응답이 모두 80%를 넘겼다 노동자들은 1인 승무를 도입하면 기관사의 피로도가 증가해 안전운전에 방해가 될 것(913명, 86.5%)이라고 인식했다.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승객에게 안내방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우려(869명, 82.5%)도 컸다. 응급환자 발생시 신속한 대처가 어렵고(889명, 84.4%), 출입문 또는 승강장안전문 끼임사고가 더 빈번해질 것이며(857명, 81.5%) 승강장 사각지대가 늘고(846명, 80.5%), 차량 및 신호고장 시 조치가 늦어 지연운행도 빈번할 것(884명, 84%)으로 우려했다. 한 기관사는 “승객이 심장마비로 쓰러져 기관사가 심폐소생술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차장은 안내 방송을 통해 승객이 동요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사가 1인 승무를 도입하려는 2호선은 지하철 1~8노선 가운데 응급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노선이다.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2호선에서 발생한 응급환자 사고는 532건으로 전체(2천333건)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두 번째로 응급한자가 많은 7호선(409건)과 격차도 크다.

특이상황 대처 못해 열차지연 증가할 우려도

이용객 우려도 유사하다. 이용객 1천120명(81.9%)은 승객끼임 같은 안전사고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에 “매우 동의”한다고 밝혔다. 환자 발생시 조치가 늦고(1천171명, 86.6%) 열차나 승강장안전문 고장시 안내 방송자가 없어 혼란이 가중되고(1천172명, 85.6%), 특이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져 열차지연이 증가할 것(1천180명, 86.2%)이라는 전망에 매우 동의한다고 밝혔다. 또 약자 승객 안전도 더욱 취약해지고(1천115명. 81.5%) 주취자나 이상행동 승객으로 피해 승객이 발생해도 긴급조치가 어려울 것(1천182명)으로 우려했다..

공사 재정에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설문조사 결과 등을 분석한 한인임 정책연구소 이음 이사장은 “지난해 공사 제출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1조8천700억원 매출에도 당기순손실이 5천170억원 발생했다”며 “이 때문에 인건비를 줄여 경영효율화를 이루겠다며 1인 승무 체계를 말하지만 경제적 효과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공사는 지하철 차장 270명을 재배치할 계획인데 인건비 지출은 여전하고 1인 승무 기관사의 높은 스트레스로 안전운행만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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