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당·과도한 정보공개청구를 막겠다며 발의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개정안이 위헌이라는 시민·사회단체 지적이 제기됐다. 이들은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의 정보은폐를 합법화하는 시도”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헌재, 알권리 제한에 엄격”
참여연대·세금도둑잡아라·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 7개 단체가 함께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알권리침해법대응 TF는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국회시민정치포럼과 신정훈(더불어민주당)·윤종오(진보당)·정춘생(조국혁신당)·한창민(사회민주당) 의원이 함께 주최했다.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의 핵심은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정보공개청구를 종결 처리하는 것이다. 악성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의 자살이 잇따르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정보공개청구를 수신한 기관의 공무원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정보공개심의회의 심의를 거치면 해당 청구를 종결 처리할 수 있다.
법안은 시민·사회 반발에 부딪친 상태다.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유승 정보공개센터 대표는 “정보공개청구는 헌법상 기본권인 알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로 청구목적의 정당성이나 필요성을 따지지 않는다”며 “공공기관이 자의적 판단으로 정보공개청구를 차단하는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법안의 위헌 가능성도 지적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헌법상 기본권인 알권리 제한은 공공복리를 위해서 등 일반적인 기본권 제한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며 “이번 개정안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나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입법취지와 달리 악성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 대표는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료 법률지원, 기관 차원의 대응체계 구축, 심리적 지원이나 인사사상·행정상 조치”라며 “악성민원인은 정보공개청구뿐 아니라 진정·감사 청구·고발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기 때문에 정보공개청구를 막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 위해 정보공개청구, 악성민원인으로 낙인”
현행 정보공개법에서도 알권리는 제한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정보공개법이 제정되면서 지방자치단체 예산 내역, 국회의원 외유 활동 등이 공개됐고 국민이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이용됐다”며 “미약하나마 국민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그런데도 정보공개법의 제도적 한계로 기관이 자의적을 판단해 정보를 비공개결정하거나 사법부의 정보공개 판결에도 다시 비공개 처리하는 등 알권리 침해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2000년부터 올해까지 인사혁신처·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정부·공공기관을 상대로 아홉 번이나 정보 비공개결정 관련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취재를 위해 정보공개청구했지만 악성민원인으로 낙인찍힌 사례도 있었다. 이상민 뉴스민 편집국장은 “2022년 8월 홍준표 시장이 대구시장으로 취임한 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대구시 공식 문서 안에 나는 악성민원인으로 표현됐다”며 “취임 직후부터 지난달까지 2년4개월간 139건, 한 달에 약 5번을 청구했는데도 다수의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악성민원인으로 분류됐다”고 비판했다. 이 편집국장은 “홍 시장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으면서 대구시가 지원하던 의미 있는 사업 예산은 삭감했다”며 “예산의 적절한 사용을 검증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했으나 대구시에 의해 비공개 당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이번 개정안이 윤석열 정부의 정보은폐 기조와 맞닿아 있다며 국회가 개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승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국회가 요구한 자료제출을 거부해 22대 국회에서는 자료제출 거부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며 “정보공개센터도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을 확인하기 위해 직원명단을 정보공개청구했지만 지금까지도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승수 대표는 “검찰, 법무부, 대통령 비서실, 감사원 같은 기관이 연이어 정보공개소송에서 패소하면서도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시점에 이런 법안이 제출됐다는 것이 고약할 따름”이라며 “여전히 비밀주의의 벽이 견고한데도 이를 후퇴시키려는 태도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