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회에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정부관계자도 참석했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정보공개 제도가 일부 남용되고 있다면서 국민의 정보공개 청구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국민의 정보공개 청구를 그냥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하다는 것은 애매하기 짝이 없는 표현이다. 이런 기준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개악이다. 그런데 이런 개악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고, 국회에서 토론회까지 열린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부당이나 사회통념상 과도하다는 예를 몇 가지 들고 있다. “실제로는 해당 정보를 취득 또는 활용할 의사가 없이 정보공개 제도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하는 것”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자를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것” “방대한 양을 정보공개 청구해 공공기관의 업무처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 같은 예다.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것은 결국 국민의 ‘의사’나 ‘목적’을 심사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나 목적은 사람의 내면에 속하는 영역이다. 그런데 공공기관이 국민의 내면을 심사해서 자기들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정보공개 청구를 아예 종결 처리하겠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얘기인가.
예를 들어 정보공개 청구를 한 국민이 실제로 정보를 취득 또는 활용할 의사가 있는지 아닌지를 누가, 어떻게 심사한다는 것인가. 만약 이런 조항이 만들어지면, 앞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공무원이 전화해서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꼬치꼬치 물어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보기에 활용계획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냥 종결 처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할 수 있다.
권력기관들은 언론이나 시민단체들의 정보공개 청구가 ‘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몇 년간의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하면 “방대한 양을 청구해서 업무처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필자가 지금 권력기관들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특수활동비 등 정보공개 소송에서 이미 유사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보공개법 개정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개악이다.
정부는 극소수의 정보공개 청구인들이 너무 많은 청구를 하거나,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서 협박·모욕·욕설을 하는 사례를 법 개정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라면, 온라인 정보공개시스템(open.go.kr)의 약관을 개정해서 그런 사람들의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국민 전체의 정보공개 청구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법 개악을 추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일선에서 고생하는 공무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정말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에게는 당장의 개선이 시급하고, 실효성 있는 보호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위헌 시비까지 초래할 무리한 법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일선 공무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시점이 고약하다. 지금 검찰·법무부·대통령비서실·감사원 같은 기관들은 연이어 정보공개 소송에서 패소하면서도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대법원 확정 판결에 의해 지난해 6월 사상 최초로 특수활동비 자료를 공개했지만, 이후 다시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감사원은 업무추진비 세부 집행내역 공개조차 거부하고 있다.
1998년 정보공개법이 시행되고 26년이 지났지만 비밀주의의 벽은 여전히 견고하다. 그런데 국민의 알권리를 충실하게 보장하기는커녕, 이를 후퇴시키려고 하는 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 (haha960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