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택배사업을 시작할 때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서비스법)에 위배되는 위수탁계약서를 제출했는데도 국토교통부가 택배서비스사업자 등록증을 교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는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1년 당시 CLS가 제출한 위수탁계약서 중 무려 14개 조항이 표준계약서와 다르게 작성돼 있었다”며 “CLS의 위수탁계약서는 표준계약서에 기초한 계약서가 아니며, 이를 근거로 택배사업자 등록증을 교부하는 것은 위법한 법 집행”이라고 지적했다.
생활물류서비스법에 따르면 택배서비스사업을 하려는 자는 영업점(대리점)과의 위수탁계약서를 국토부에 제출해야 한다. 같은 법 시행령에는 위수탁계약서는 국토부가 제정한 ‘택배서비스산업에 관한 표준계약서’에 기초해 작성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CLS의 위수탁계약서는 목차부터 표준계약서와 달랐다. 대책위가 “자체 계약서를 먼저 만든 뒤, 표준계약서의 내용을 일부 추가해 계약서를 만드는 방식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클렌징’ 포함 영업점·택배노동자에 불리한 조항 가득
위수탁계약서 내용은 표준계약서와 비교해 상당부분 영업점과 택배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바뀌어 있었다. 먼저 표준계약서 2조(기본원칙) “택배사업자와 영업점은 대등한 지위에서 계약을 체결하며 상호 이익 존중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이행한다”는 내용과 관련해 CLS는 “대등한 지위” “상호이익 존중” “신의성실 원칙”을 삭제했다. 대신 영업점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삽입했다. 고객과 제3자의 민원(클레임)을 유발해 CLS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하는 행위 등을 주의하라는 뜻이다.
계약기간·위탁구역 등을 특정한 표준계약서와 달리 CLS는 계약기간을 명시하면서도 “계약기간 만료 전이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따로 넣었다. “영업점에게 어떠한 고정적인 물량의 위탁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삽입했다. 정해진 물량을 배송하지 못하면 구역을 회수하는 이른바 ‘클렌징’의 근거가 되는 조항들이다. 해고나 다름없는 클렌징은 쿠팡 택배노동자들을 과로로 내모는 주범으로 꼽힌다.
또 CLS는 계약해지에 관한 부속합의서를 따로 만들어 월 수행률·배송마감시간 준수율·휴무일 배송률 등을 사유로 즉시 계약해지할 수 있다고도 규정했다.
“CLS 위수탁계약서 전면 수정 조치하라”
국토부도 지난 8월 CLS 위수탁계약서에 배송구역을 명시하고 클렌징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CLS에 대한 택배서비스사업자 갱신 심사는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CLS가 신선식품 수행률, 2회전 배송 등 클렌징 기준 일부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올해 국토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대책위는 “타 택배사들의 계약서는 (위탁)구역을 명시할 뿐더러 일상 업무실적을 이유로 계약기간 중 계약해지를 할 수 있는 조항도 없다”며 “CLS가 택배사업에 진출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과로 문제를 발생시키는 CLS의 위수탁계약서가 전면 수정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쿠팡을 포함한 사회적 대화를 구성하는 데 국토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