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주 평균 78시간 일했던 쿠팡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씨의 죽음이 산재로 인정된 가운데, 택배노동자들이 쿠팡이 내놓은 노동조건 개선안은 “소나기를 피하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와 고인의 아버지인 정금석씨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노동조건은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대다수의 노동조건이며, 쿠팡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에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빗발치자 CLS는 지난 8월부터 택배분류 인력 직접고용과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격주 5일 근무제 추진 등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최근엔 클렌징(배송구역 회수) 제도의 기준을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CLS는 대리점이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 일정 기준에 따라 배송구역을 회수하거나 조절하고 있다. CLS는 그간 유지해 왔던 클렌징 기준 중 △2회전 배송 미수행 2주 동안 2건 이상 △신선식품 수행률 95% 미만 △휴무일 배송률 70% 미만 △PDD(배송기한) 미스 비율 0.5% 이상 △전체 프레시백 회수율 90% 미만 △긴급 프레시백 회수율 95% 미만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월 수행률 95% 미만 △고객불만 접수율 0.5% 이상 △파손율 0.08% 이상 △반품 상품 회수율 90% 미만 등은 유지될 전망이다.

배송구역은 택배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직결된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클렌징은 일상 업무실적을 배송구역 회수 사유로 삼아 택배노동자들을 언제든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며 “쿠팡이 제출한 개선안은 클렌징을 유지하겠다는 안으로, 상시 해고제도를 지속 운영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클렌징 제도를 완전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말로 하는 사과는 큰 의미가 없다”며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을 들고 유족들을 찾아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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