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이차전지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업체에서 황산 원액이 분출돼 노동자가 전신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성 아리셀 참사 이후 일·이차전지 공정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됐지만 여전히 재활용 업체는 사각지대라는 지적이다.
2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4일 경북 포항시 신항만에 위치한 전지 재활용 업체인 에너지머터리얼즈에서 황산탱크 펌프 여과망에 찬 압력으로 황산 원액 1.5리터 가량이 누출돼 설비를 점검하던 노동자 ㄱ씨가 전신 2~3도 화상을 입었다. 금속노조 포항지부에 따르면 ㄱ씨는 작업장 내 황산을 운반하는 배관에 공기가 유입된 것을 모른 채 배관 마개를 열었다가 분출된 황산을 뒤집어쓰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배관에는 배관 내 공기압 정도를 알리는 계기 등 설비가 없었다.
미국국제화재방제청(NEPA) 위해물질 등급에 따르면 황산은 매우 짧은 신체 노출로도 사망 혹은 심각한 부상을 야기할 수 있는 물질로 눈과 피부에 심한 손상을 일으키고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노동자들은 위험물질을 취급하는데도 사용자의 대응이 소홀하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사고가 난 에너지머터리얼즈는 50명 이상 사업장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부는 이날 오전 에너지머터리얼즈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을 위해 노동안전협의체를 운영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지 재활용업은 폐전지에서 리튬과 니켈 같은 핵심 원료를 추출해 재활용하는 산업이다. 이들 핵심 원료가 특정 국가에 집중 매장돼 가격이 높고 공급망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최근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화재나 폭발 같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화성 아리셀 참사가 일어난 뒤에도 부산 강서구 대저동 폐가구 야적장에서 리튬폴리머 전지팩이 폭발해 화재가 났고, 충남 공주시에서도 폐기물 속 폐전지가 손상된 채 발화해 화재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울산에서 폐리튬전지를 운반하던 트럭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전지 재활용업의 안전관리에 대한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6월24일 화성 아리셀 참사 이후 고용노동부는 리튬전지 관련 사업장 150곳을 긴급 현장지도에 나섰지만 당시 전지 재활용업체는 빠졌다. 이후에도 현장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가 아리셀 참사 직후 전지 재활용업체를 자체 조사한 게 전부다. 노동부 관계자는 “해당 현장지도 이후 추가 현장지도는 본부 차원에선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