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금속노조 충북지부 현대트랜시스서산지회는 파업을 이틀 더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11일 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이 삭발하는 모습. <현대트랜시스서산지회>

올해 임금·단체교섭이 난항을 겪으며 파업한 현대트랜시스 노동자들이 25일까지 파업을 이어간다. 현대자동차그룹 핵심 부품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는 서산 지곡공장에서 현대·기아에 납품하는 변속기와 액슬, 시트 등을 생산한다.

23일 금속노조 현대트랜시스서산지회(지회장 인정복)는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파업을 이틀 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회는 11일부터 이날까지 9일간(영업일 기준) 파업했다. 인정복 지회장은 “조합원이 납득할 수준을 제시하고 타결에 대한 의지를 사용자가 보인다면 교섭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12조원 매출 올렸는데 정당한 보상받아야”

지회는 최초 연간 매출액의 2%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현대트랜시스는 지난해 기준 연매출 11조6천939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7조7천억원에서 가파르게 성장해 2022년 10조원을 넘겼다. 인 지회장은 “매년 1조원 가까이 성장하고 있는데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성장에 기여한 조합원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해야 한다”며 “현대트랜시스는 현대자동차그룹 가운데서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다음가는 규모로 성장했는데 사용자는 매번 ‘어렵다, 힘들다, 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 지회장은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회는 사용자가 타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 지회장은 “지회는 파업 중에도 교섭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용자는 파업을 중단해야 교섭을 할 수 있다는 태도”라고 말했다. 연 매출 2% 성과급 지급 요구에 대해 사용자쪽은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정률 지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회는 회사가 물량 철수를 빌미로 노동자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대트랜시스가 출자해 개발한 신형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기술인 이른바 ‘THED2’ 개발 물량도 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협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인 지회장은 “100% 현대트랜시스가 출자해 만든 기술”이라며 “이 신사업을 현대자동차에 뺏길 수 있다며 위협하면서 합의를 강요하는데 매년 물량이 빠질 수 있다는 말을 반복한다”고 주장했다. THED2는 차량 구동을 돕는 전기모터를 엔진 크랭크축과 변속기에 붙이는 방식이다. 이런 갈등이 지속되면서 현대트랜시스 노사는 16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제대로 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편 현대차는 현대트랜시스 파업 여파로 변속기 재고가 줄면서 생산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26일 울산1공장 1라인의 주말 특근을 취소했다.

현대로템 1차 잠정합의안 56% 반대로 부결

또 다른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도 성과급 관련한 갈등이 이어지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노조 경남지부 현대로템지회는 21일 잠정합의안 조합원 투표를 진행했지만 조합원 56%가 반대해 무산됐다. 방위산업체인 현대로템 노동자들은 민수분야 외에는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없어 쟁의행위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남지부 관계자는 “현대로템뿐 아니라 현대차그룹 계열사 교섭 곳곳에서 난항이 발생하고 있다”며 “자회사 경영진이 여전히 그룹 본사의 눈치를 보면서 결단을 미룬다”고 비판했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이를 ‘양재동 가이드라인’이라 부른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그룹 본사가 계열사 노무관리를 좌우하고 임금수준을 정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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