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보궐선거에서 이변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자의 텃밭을 지켰다. 다만 표를 분석했을 때, 두 가지 이변의 조짐은 있었다. 첫째, 인천 강화군수 선거에서는 이전 지방선거에 비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표차가 줄었다. ‘정권 심판론’ 분위기가 번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전남 영광군수 선거에서 진보당이 조국혁신당을 누르고 2위를 차지했다. 대중들에게 수권정당으로 평가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강화군수 선거서 “정권심판론 분위기 확인”
영광군수 선거서 “조국당 따돌린 진보당 영향력”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강화군수 선거에서 박용철 국민의힘 후보가 50.97%를 얻어 한연희 민주당 후보(42.12%)를 8.85%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이는 2022년 지방선거 때보다 표차가 줄어든 수치다. 2022년 선거에서는 유천호 당시 무소속 후보가 47.33%를 득표해 한연희 민주당 후보(35.35%)를 11.98%포인트 격차로 이겼다. 당시 유천호 후보는 사기 전과로 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국민의힘은 강화군에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인 강화군수 선거에서 상당한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냈다”며 “정권에 분노한 민심이 민주당 지지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전남 영광군수 선거에서는 장세일 민주당 후보가 41.08%를 얻어 이석하 진보당 후보(30.71%),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26.56%)를 이겼다.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꽃에 지난 7~8일 영광군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1일 공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석하 진보당 후보가 37.4%로 장세일 민주당 후보(35.0%)를 누른 것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이 승리했다.
진보당은 여의도에서 ‘제3당’으로 평가받는 조국혁신당보다 진보당이 흥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홍성규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최선을 다했고, 여론조사 결과들도 좋게 나와서 기대했기에 말로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쉬운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그럼에도 진보당이 수권정당으로 인식받고 평가받았다는 것, 언제든 행정운영이 가능하다는 대중적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조국혁신당보다 더 많이 득표했다는 점에서 진보당의 영향력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창당 7개월 만에 직접 지역 후보를 내고, 거대 정당과 겨룬 첫 지역 선거였다”며 “이번 경험은 돈 주고도 사지 못할 자산으로 전국정당, 대중정당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텃밭 지킨 여야, 리더십 흔들림 없어
한동훈 대표, 김 여사 의혹에 목소리
전남 곡성군수 선거에서는 조상래 민주당 후보가 55.26%를 득표해 박웅두 조국혁신당 후보(35.85%)에 승리했다.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가 61.03%를 얻어 38.96%를 득표한 민주당 김경지 후보를 22.07%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거대 여야 모두 각자의 텃밭을 지킨 셈이다.
이로써 거대 여야 대표의 리더십이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윤 대통령과 독대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민심을 적극 전달하고, 당 차원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국 광역의원 연수’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김건희 여사 불기소 처분에 대한 설명이 국민이 납득할 정도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11월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 선고를 앞두고 리더십이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 단일후보인 정근식 후보가 50.24%를 득표해 45.63%를 얻은 조전혁 보수진영 단일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정근식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취임식을 갖고 “혁신교육은 공교육 정상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혁신교육 성과를 잇되 한계는 넘어서겠다”고 했다. 혁신교육은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핵심 정책으로, 계승 의지를 밝힌 것이다. 취임식에는 조희연 전 교육감이 참석해 축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