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 (hs.oh362@jil.go.jp)

정부는 지난달 4일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연금 수급연령이 단계적으로 65세로 늘어나는 데 맞춰 연금보험료 납부 연령도 늘려 64세로 하자는 내용이다. 개혁안 및 보험료 납부 연령 상향 조정이 어떻게 실현될지 주목되는데, 일본의 사례가 실현가능성을 높이는 데 조금이나마 시사점을 찾길 바란다.

일본의 고령자 고용정책은 연금제도와 밀접히 관계가 있다. 일본의 연금제도는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노령기초연금과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후생연금이 있다. 연금 수급연령은 1957년 55세에서 4년마다 1세씩 늦춰져 1973년 60세가 됐다. 이후 사회보장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기초연금 수급연령은 2001년부터 3년마다 1세씩 늘어나 2013년부터는 65세가 됐고, 후생연금 수급연령은 2013년부터 3년마다 1세씩 연장해 2025년부터 65세가 된다. 원칙적으로 내년부터 연금은 65세가 돼야만 수령할 수 있다.

이러한 연금 수급연령 연장에 따라 일본의 고령자 고용정책은 1973년 ‘제2차 고용대책 기본계획’에서 60세를 목표로 정년연장을 추진할 것을 명기해 개별 기업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했다. 연금 수급연령이 60세로 늦춰졌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노사는 60세까지 소득보장을 위해 55세 또는 56세인 정년을 점차 연장하거나 촉탁직으로 60세까지 고용하는 노력을 자율적으로 했다. 그 결과 1998년 60세 정년제 의무화 시행 때는 이미 90% 이상의 기업에서 60세 정년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고령자 고용안정법 개정을 통해 2006년 기업의 기준(건강, 취로 의욕 등)에 맞는 자를 대상으로 65세까지 고용을 확보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기초연금 수급연령을 상향조정해 60세 이후에 소득 공백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했다. 이어 동법 개정으로 기준을 폐지해 2013년 희망하는 자를 전원 고용해야 하는 고용확보 조치가 후생연금 수급연령 상향 조정에 맞춰 시행됐다. 연금 수급연령과 고용확보조치 대상 연령에는 약간의 갭은 있었지만 크지 않았다.

일본의 고령자 고용정책은 사회보장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연금 수급연령의 상향 조정에 대응하면서 실시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일본 정부는 연금 보험료 납부연령을 5년 연장해 64세로 할 예정이었으나, 국민의 이해를 얻기 힘들다는 이유로 단념했다. 현재 65세까지 고용확보조치는 99.9%의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어서 보험료 납부를 64세까지 상향 조정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2021년부터는 70세까지 취업확보 조치가 실시돼 고령자 고용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13년 법 개정으로 60세 정년제를 의무화했으나 아직도 주된 직장에서 60세 정년을 맞이하는 근로자는 14.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59세까지 연금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번 연금개혁에서 보험료 납부를 64세까지 연장하면 그 연령까지 고용확보가 없는 가운데 과연 부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연금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그 환경을 마련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고령자 고용이다. 고령자 고용을 확대하고 정착시켜 소득 확보가 가능하게 됐을 때 64세까지 연금보험료 납부 기간을 늘리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가운데 납부 기간을 연장하면 납부할 수 있는 소득층과 그렇지 않은 소득층과의 연금 격차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민연금 공표 통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률이 74%로 나타났다. 먼저 가입률을 100%까지 끌어올릴 노력을 하고, 64세까지 보험료 납부 기간을 늘리는 것이 보다 현실적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연금 수급연령도 201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단계적으로 늦춰져 2028년에는 65세가 된다. 현재 정년은 60세인데 그 이후 고령자 고용정책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대응은 개별 기업에 따라 제각각이다. 따라서 정년과 연금 수급연령 간에는 공백이 생겨서 소득을 확보하지 못하는 고령자도 있다. 적어도 65세까지 고용확보 조치가 실시돼 모든 희망자가 65세까지 고용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든 다음 64세까지 연금 보험료 부담을 요청하는 것이 국민적 합의를 얻기 쉽고 실효성도 높아지리라 생각한다.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 (hs.oh362@jil.g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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