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국민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대외협력위원장인 김태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이 두 차례에 걸쳐 정부안을 분석·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김태훈 민주노총 정책국장
▲ 김태훈 민주노총 정책국장

국민연금 가입자는 매달 보험료를 내며 ‘사회적 연대’를 실천한다. 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A값)을 기준으로 상하위 소득자의 소득대체율 이전이 발생하는데, 이를 ‘소득재분배 효과’ 또는 ‘세대 내 연대’라고 한다. 예를 들면 400만원 소득자는 본인의 소득(B값)으로만 연금액을 계산하면 소득대체율 42%(40년 가입시 급여율: 2024년 소득대체율)일 때 168만원이지만, 가입자 평균(298만원)과 평균한 소득월액으로 연금액을 계산하면 146만원을 받게 된다. 200만원 소득자는 반대로 본인의 소득월액에 대한 대체율보다 연금액이 커진다. 연대는 선언이 아니라 이전으로 실천된다. 매달 보험료를 납부함으로써 추상적 연대와 권리는 구체적으로 실현된다. 국민연금보험료를 납부한다는 것은 이렇듯 선량한 풍속, 사회질서이기에 장려해야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연금보험료를 내고 연금을 받는다는 것이 미래 세대의 부담을 늘리기 때문에(심지어 착취라고도 한다.) 부도덕한 행위로 비난받기 시작했다. 착실히 국민연금을 내고 권리에 터 잡아 받는 국민연금수급권이 이기심으로 매도되고 있다.

정부가 9월4일 발표한 ‘연금개혁 추진계획(정부안)’은 현행 제도가 세대 간 불공정하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정부가 제안한 연령별 차등보험료율 인상과 자동조정장치는 기성세대는 보험료를 적게 내고 연금은 많이 받았다는 세대 형평성론의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차등보험료율 인상을 정당화하기 위해 연령별로 가입자를 20대부터 50대로 나누고, 각 연령별로 급여율(소득대체율)의 차이를 보여주고, 20대보다 50대가 연금액이 커 형평에 맞지 않으므로 50대는 보험료라도 빨리 올려서 형평을 맞추자는 것이다.(정부가 제시한 연령별 급여율 차이는 정치적 부담으로 보험료율은 올리지 못하고 급여만 깎아 온 정부 정책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적반하장!) 또한 자동조정장치는 연금액을 물가인상률보다 적게 올리거나 동결하는 것인데, 저출생 문제에서 비롯된 국민연금 재정 문제를 사회적 약자인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떠넘기는 세대 갈라치기 방안이다. 결국 정부안은 50대 이상 가입자와 연금수급자를 한쪽에, 20·30대 청년들과 아직 가입하지 않은 청소년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를 또 한편으로 나누는 세대 갈등 조장 방안이다.

재정안정론은 세대형평성론을 명분으로 삼고, 세대형평성론은 사보험의 보험수리적 계산으로 설명된다. 보험수리적 계산은 낸 보험료와 받는 급여가 같아야 한다는 논리다.(수지상등) 현재 보험료율 9%와 소득대체율 40%의 수익비는 2.2배(재분배의 영향을 받지 않는 300만원 소득자가 20년을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인데 과도한 것이고 그래서 ‘저부담 고급여’라고 정부는 설명한다.(국민연금 월평균 연금액이 2024년 5월 기준 65만원인데 ‘고급여’라는 표현은 항상 낮설다.) 또한 보험수리적 사고는 보험료와 급여의 수지 차이를 적자라고 표현한다. 가입자가 1만원을 기여금을 납부하면 연금을 2만2천원 지급해야 하니 1만2천원이 적자이고 매달 적자는 누적되고 미래세대에게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것이다. 국가를 국민연금이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사보험의 보험자로 간주하고 상품은 적자상품이니 보험료를 올리고 보험금은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공적연금이므로 보험료율은 국민부담의 수준에서, 급여는 노후소득보장의 측면에서 각각 고려돼야 한다. 연금액은 노후소득을 위해 최저생계비·최저임금 등을 고려해 적정급여를 목표로 해야 하고, 보험료율은 기금의 재정 여건 뿐 아니라 국민경제·사용자 부담금·정부 보험료 지원 등의 수준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국민연금 제도는 세대 간 연대로 유지된다. 세대 간 연대는 권리를 확장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기성 세대와 청년 세대,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나누고 형평이라는 이유로 연금액을 깎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안전망으로서 최소 수혜자의 존엄한 노후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미래 세대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더불어 세대 간 연대는 국민연금 기금에 대한 조세 투입 등 국가의 개입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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