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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8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참여하는 첫 의정 공개토론회가 10일 열렸지만 팽팽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날 오후 서울대 의과대학 융합관 박희택홀에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를 대표해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 비대위에서는 강희경 비대위원장과 하은진 위원이 참석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대표가 진행을 맡았다.

의대정원 증원 놓고 입장차 팽팽
정부 “과학적 숫자” vs 의료계 “증원 필요한가”

이날 장상윤 수석은 기조발제에서 정부의 의료개혁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해 “충분히 과학적 근거로 내놓은 숫자”라며 “3개의 전문가 연구에서 2035년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동일한 결과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현장도 의사의 급속한 고령화로 2029년 이후 70세 미만 활동하는 의사수 증가율이 거의 제로”라며 “지나친 전공 세분화로 전문의 1인당 담당영역 축소, 피부미용 등 비필수 의료로의 인력유출 가속화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원보다 더 중요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는 의료개혁을 위해 집단행동을 멈추고 대화와 소통에 나서 달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현재의 의사수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의료의 위기는 의료비용이 급증하는 데 있다”며 “우리 국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배 더 많이 병원에 가고 더 많이 검사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소아과 전문의가 많이 늘었지만 인구가 줄었고, 응급실 배후진료인 신경외과 의사수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지만 전공과목을 진료하지 않는 전문의가 많다”며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 의사수는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늘면 의료비 지출이 굉장히 빨리 증가한다”며 “불필요한 이용을 줄이고 필요한 곳에 의사가 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료계는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하은진 위원은 “복잡하고 어려운 의료계 문제는 정부 혼자 해결할 수 없다”며 “과도한 개혁조치와 급진적 변화 시도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았고 한국의료는 의료개혁 효과를 보기 전에 무너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의대생 휴학 인정 두고도 이견
‘대화’하자면서도 해법은 ‘동상이몽’

최근 교육부가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발표한 후 의료계에서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데 대해서는 장상윤 수석은 “의대 교육을 5년으로 단축하겠다는 말은 애초에 있지도 않고, 발표하지도 않았다”며 “애초에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의대생 휴학을 둘러싸고 의정 간 입장차 역시 뚜렷했다. 장 수석은 “일부 학생들이 휴학은 권리라고 하는데, 휴학은 권리가 아니다”며 “어느 순간 정부 정책에 반발해 일시에 모든 학생이 승인 불가능한 휴학을 내는 건 개인적인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 위원장은 “(고등학교로 따지면) 봄, 여름에 못 다녔는데 10~11월 시작해서 그 학년을 마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며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의정갈등 해법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일까. 의료계는 “일단 멈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위원장은 “해결 방법을 두고 의견이 많이 다르고, 소비자와 환자단체도 이해 못하는 것이 많다”며 “일단 멈추고 이해를 얻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하은진 위원은 “어려운 필수·중증의료를 자발적으로 선택해 수련받고 주 80~100시간 월 300만원 받으며 일한 전공의들은 책무감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며 “그들을 집단행동이라며 사회적으로 고립·낙인 찍으면 해결되지 않으며 그들이 이 좋은 의사로 잘 돌아오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제발 (의료개혁을) 멈추고 새롭게 논의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장 수석은 “여야의정 협의체든 의료개혁특별위원회든 오늘 같은 자리든 언제든 열려있다”며 “의료계가 적극 참여해 오늘 어렵게 싹튼 희망의 싹이 결실 맺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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