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순관(64) 아리셀 대표이사가 지난달 28일 수원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후 ㄴ기자>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아리셀 참사’와 관련해 리튬전지 제조업체 박순관 아리셀(전 아스코넥 대표) 대표이사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원청 대표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 구속기소 된 것은 영풍 석포제련소 사건에 이어 이어 두 번째다.

수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안병수 2차장검사)은 24일 박순관(64)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재해치사)·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박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35) 경영총괄본부장을 산업안전보건법과 파견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상·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각각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구속된 지 27일 만이다. 아울러 회사 상무 등 관계자 6명과 4개 법인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아리셀 사고를 “기술 없이 노동력만으로 이윤을 추구해 벌어진 최악의 참사”라고 규정했다. 모회사인 에스코넥에 아리셀이 전적으로 종속돼 자금 지원을 받고도 매년 적자가 발생하자 매출 증대를 위해 무리한 생산을 감행했다고 보고 있다. 아리셀 지분의 96%는 에스코넥이 보유하고 있다.

검찰은 생산량 증대를 위해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수원지검은 “(아리셀의) 안전보건 예산은 최소한으로 편성·집행하고 담당부서 인력을 감축했다”며 “전지에 대한 기본지식도 없는 직원을 형식적인 안전관리자로 임명했다”고 지적했다.

불법파견 혐의도 짙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비용절감을 위해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파견업체 메이셀로부터 불법파견 받아 고위험 전지 생산공정에 안전교육 없이 투입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근로자의 생명·안전보다 이윤을 극대화하는 경영이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기술력 부족을 값싼 인력으로 메우려는 경영으로 ‘위험의 외주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사고 징후가 이어지는데도 아리셀이 안전을 경시한 태도도 꼬집었다. 참사 이틀 전 같은 공장의 제조공정에서 화재가 나 대피로에 적재된 물건이 위험하다고 지적받았는데도 그대로 방치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전지 발열검사를 생략하고 다수의 전지를 소분하지 않은 채 적재해 연쇄폭발과 대규모 인명피해를 야기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샘플 바꿔치기’ 정황도 제시했다. 역시 ‘기술력 부족’을 원인으로 봤다. 검찰은 “방위사업청과 전지 납품계약을 체결하고 전지 성능이 미달하자 시료 전지 바꿔치기와 데이터 조작 등으로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검사 업무를 방해했다”고 했다. 아리셀은 전지를 군납하는 과정에서 국방기술품질원이 시료 바꿔치기 행위에 3차례 시정지시를 했는데도 올해 4월 또 시료를 바꿔치기한 정황이 드러났다. <매일노동뉴스 2024년 8월28일자 “[단독] 과거 ‘산재은폐’ 혐의 드러난 아리셀 대표” 기사 참조>

검찰은 “수사팀 검사들이 공판팀을 구성해 피고인들에게 책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아리셀 참사는 지난 6월24일 화성 일차전지공장에서 리튬전지에 불이 붙으며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대형사고다. 수사당국 조사 결과 아리셀이 군납 기일을 맞추려고 무리하게 목표 생산량을 늘리고 인력파견업체 메이셀로부터 비숙련 이주노동자를 대거 불법파견 받고도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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