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노조가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계획을 포기하라고 사용자쪽에 요구했다.
노조는 올해 임금교섭에서 사용자쪽에 “의정사태 장기화로 수천억 원대 적자를 우려하면서 투자를 강행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교직원을 희생양 삼은 병원 개원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9일 밝혔다.
송도세브란스병원은 2026년 말 개원을 목표로 연세대 국제캠퍼스 8만5천800제곱미터(㎡) 부지에 짓고 있는 800병상 규모 병원이다. 2022년 2월 착공했다.
이날 노조는 “임금인상은 안 되고 수천억 원대 투자계획은 유지한다는 (연세)의료원을 납득할 수 없다”며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계획을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임금교섭에서 사용자쪽은 의정사태로 수천억 원 적자라며 임금인상 자제를 요구했다.
노조는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강남·신촌·용인에 3천300병상에 이르는 초대형 병원을 운영하는 연세의료원이 수도권에 800병상을 더 확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사 수급이 우려되는 마당에 2026년 송도세브란스병원까지 개원하면 의사 없는 병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용인세브란스병원 개원 당시에도 경험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사단체와 정부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교수가 사퇴하는 등 향후 2~3년간 안정적인 의사 수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노조는 수익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노조는 “개원 초 적자는 불가피한데, 현 상황에서 의료원이 추가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며 “용인세브란스병원도 빠르게 성장했지만 개원 4년이 지난 지금도 적자로, 송도세브란스병원의 적자로 비워진 곳간을 인건비 절감분으로 채우려는 계획은 허락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세브란스병원 노사는 6월부터 교섭을 시작해 10일 10차 실무교섭을 앞두고 있다. 노조는 추석연휴 전 타결이 어렵다면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도 검토할 계획이다. 조정이 시작되면 15년 만의 교섭결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