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시민 2만여명(경찰 추산 7천명)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기후정의를 외쳤다.

907 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회는 7일 오후 서울 강남대로에서 기후정의행진을 열었다.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 진보 4당 등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했다. 노동자와 시민들은 전쟁과 개발, 핵발전을 멈추고 세상을 바꾸자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2시간여 동안 행진했다. 경찰은 한 때 교통방해를 이유로 행진 대오를 가로막고, 쿠팡로켓연구소 앞에 쿠팡규탄 자보를 붙이려는 노동자들을 저지해 충돌을 빚기도 했다. 

“기후위기 시대 주거권·노동권 보장”

행진 참가자들은 불평등한 기후위기에 노출된 시민들의 주거권·노동권 보장을 비롯해 △차별 철폐·돌봄 증진·공공의료 및 공공 교통 확대 △핵발전 중단 등 에너지정의 실현 △노동자 일자리 보장하는 탈석탄·탈화석연료 계획 마련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노동자·시민이 주도하는 정의로운 전환과 기후·사회정의에 기반한 산업구조 실현 △생타파괴와 신공항 건설, 4대강보 사업 철회 △먹거리 기본권 및 농민 생존권 보장 △동물 착취 시스템 철폐 △군비 축소 등 반전 평화 △한국 정부 온실가스 감축목표 강화 및 국제적 책임 완수를 요구했다.

본대회에서 정록 907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은 “노동과 인권·여성·환경·반빈곤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른 세상을 일구기 위해 분투한 우리가 기후정의운동으로 모였다”며 “착한 자본이 녹색기술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모두를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국제기후체제의 거짓과 위선이 오늘 우리를 여기 모이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 강남에서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바로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며 “일터와 지역, 거리에서 동료와 시민을 만나면서 자본주의 체제에 맞선 다양한 현장을 조직해 대중투쟁을 펼치자”고 강조했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개발 있어야 생계 잇는 건설노동자
“나쁜 굴착기 되지 않겠다

노동자들은 가속화하는 기후위기 속 어려움을 겪는 처지를 솔직하게 토로했다. 강한수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기후위기 폭염 속 온열질환에 쓰러지는 건설노동자가 늘어나지만 폭우에 가족생계를 걱정해야 하고 논과 밭, 전국 산림을 파헤치는 개발행위에 내몰린 것이 바로 건설노동자”라며 “신도시나 신공항 같은 개발행위를 바라야 하는 건설노동자다 보니 이 자리에 서는 것도 망설여지고 어떻게 기후위기 대안 마련의 주체가 될지 솔직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2009년 용산참사 같은 부정한 개발이익 앞에 서 있는 나쁜 굴착기가 되진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권의 기후위기 대응도 꼬집었다. 김준영 금속노련 위원장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친환경 전기차가 매년 17~18% 증산돼야 하는데도 지난해 우리나라 친환경차 보급은 역성장했다”며 “현 정부는 친환경차 공급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이끌기는커녕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이야기만 떠들고 있다. 기후와 노동운동이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연대해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싸우자”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최근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8조1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 이후 행정·입법 활동도 주문했다.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윤현정씨는 “헌재 판결이 아쉽다고 하면 거짓이지만 이 판결은 우리 사회가 후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며 “국가의 기후대응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기후위기에 더 취약하면서도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담겼다”고 강조했다. 윤씨는 “마지노선이 희미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는 이 선을 밀고 나갈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돼 행정과 입법의 영역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강남역사거리부터 행진, 경찰이 번번이 차단

본대회 뒤 시민들은 신논혁역 5번출구부터 강남역사거리를 거쳐 삼성역사거리까지 행진했다. 경찰은 교통불편을 이유로 강남역사거리부터 행진대오를 중간마다 제지했다. 현장의 민변 관계자들이 행진을 방해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항의했으나 답하지 않았다. 아이를 동반한 부모나 청소년 참가자들은 물리적 충돌을 자제해 달라고 경찰에 호소했다. 이후 쿠팡로켓연구소가 위치한 역삼역사거리에서 ‘기후위기 노동악당 쿠팡 OUT’이라고 적은 자보를 바닥과 벽면에 붙이려는 시위대를 경찰이 물리적으로 저지하면서 충돌을 빚었다. 시위대는 이후 포스코사거리에서도 ‘포스코 OUT’이라고 쓴 자보를 붙였지만 별다른 충돌이 없었다. 시위대는 삼성역사거리까지 행진한 뒤 기후위기로 모든 생명이 죽는다는 다이인(Die-in) 상징의식을 했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