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AI(인공지능) 상담사를 확대하면서 용역업체에 고용된 KB국민은행 상담사 240명이 감축될 위기에 놓였다. 고용은 승계됐지만 AI 상담사가 인간을 대체하려는 시도가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과제는 남았다. 고객도, 상담사도 원하지 않는 AI 상담사가 사람을 밀어낼 수 있을까.
“노조가 AI 기술에 개입해야”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와 조승래·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AI발 고용위기와 금융권 콜센터 직고용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해외에서는 상담사의 직무를 대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업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AI를 도입한 사례가 발견된다. 유럽과 미국에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일 통신회사 도이치텔레콤은 2015년부터 디지털 로봇 등을 도입해 일부 업무를 자동화했다. 2018년까지는 1천500개 이상의 봇이 월 400만건의 거래를 지원하고 연결 확인, 주문 입력, 청구서 생성 및 취소 처리와 같은 작업을 수행했다.
코넬대 노사관계대학 박사과정 김정훈 연구자는 해당 사례를 소개하며 “노조의 개입”을 강조했다. 김 연구자는 “노조의 개입은 AI 기술 설계 및 도입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되게 함으로써 AI가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도입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노총(AFL-CIO)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지난해 12월 맺은 파트너십 프로그램은 노조와 기술기업이 AI 기술에 관해 처음으로 맺은 파트너십이다. 양측은 △기업이 노조간부와 노동자에게 AI 발전 교육 기회 제공 △노동자 관점과 지식이 AI 개발에 반영되도록 소통 채널 형성 △노동자 중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이해관계자와 논의 등을 목표로 정해 활동하고 있다.>>
김 연구자는 AI가 도입된 북미의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AI는 도입 그 자체로 효율성이 향상된다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AI 도입으로 노동자의 업무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결과가 관찰됐기 때문이다. 그는 “AI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교육·휴식 제공같이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고려 없이 AI를 도입하면 조직의 비용만 증가시키고 생산성을 높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콜센터 상담사 직무가치 제대로 된 평가부터”
전문가들은 금융권 콜센터 상담이 복잡해지고 고도화됨에 따라 노동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들의 광범위한 개인정보가 계약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용역회사에 제공되는 것도 문제다.
김주현 노조 현대해상콜센터지회장은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한 뒤 서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상담사가 서류를 찾다 (교통사고 현장) 시신이 찍힌 사진을 보거나 주민등록번호·운전경력·의료내역 등을 보기도 한다”며 “이런 민감정보가 용역회사에 나눠 맡겨져 있다는 것을 안다면 고객이 불안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챗봇과 자동응답 방식이 확산하면서 상담사들은 단순한 업무 대신 고도화된 상담을 수행하고 있다”며 “저평가된 콜센터 상담의 직무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하지만 간접고용 문제로 교육훈련이나 보상을 높이는 문제를 원청과 협의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상담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전문성을 향상하기 위해 직접고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새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은 “은행의 영업점포가 줄어들면서 콜센터 상담의 중요도는 비례해 늘어나고 있다”며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조회·관리할 수 있는 상담사를 직접고용해 숙련 상담사의 고용을 보장하고 고객정보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