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2%로 상향하는 내용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놨다. 세대 간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화를 두고, 기대여명이나 가입자수 증감에 연동해 연금 인상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검토한다. 기초연금은 2026년 저소득층부터 40만원으로 10만원 인상한다. 의무가입 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늦추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해 해당 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에서 대략적으로 제시한 방향을 구체화했다. 정부가 재정안정화에만 초점을 맞춰 노인 빈곤 방지와 소득보장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소득대체율 40→42% 상향한다지만
중장년층 보험료 인상 속도 더 빨라
정부는 모수 개혁을 위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4%포인트 인상한다. 보험료율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 3%였으나 1993년 6%, 1998년 9%로 인상된 이후 계속 유지되고 있다. 21대 국회 연금특위 및 공론화 논의 내용, 국민적 수용성 등을 고려해 13%까지 인상하되,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명목소득대체율은 42% 수준을 유지한다.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었으나, 재정안정과 함께 소득보장도 중요하다는 공론화 논의 내용 등을 고려해 올해 소득대체율인 42% 수준에서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과 연동해 연금액 등을 조정하는 장치인 자동조정장치 도입 논의를 본격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복지부는 2036년, 2049년, 2054년 3가지 도입 시점을 제시했는데 이에 따라 기금소진 연장 효과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대 간 형평성 제고 명목으로 20대부터 50대까지 출생연도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할 때, 2025년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포인트, 40대 0.5%포인트, 30대 0.3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복지부는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납입 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 젊은 세대일수록 보험료 부담은 커지게 된다”며 “두 차례 개혁(1999년, 2008년)으로 명목소득대체율도 인하되고 있어 청년세대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은 크고 혜택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노인빈곤 방지 목표 전무”
민주당 “세계 유례없는 세대별 차등 적용”
정부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개혁을 전제로 지급보장 규정을 명확히 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조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초연금은 2026년 저소득층부터 40만원으로 10만원 인상한다. 2027년 전체 지원 대상 노인(소득 하위 70%)에게 40만원을 지원한다. 기초연금을 받으면 기초생활보장 제도 생계급여가 삭감되는 현행 제도도 단계적으로 개선한다.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중소·영세 사업장은 인센티브를 통해 개인연금 가입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계획에 비판이 쏟아진다. 3차 국민연금심의위에 참여한 한국노총은 “공적연금개혁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은 재정안정화가 아니라 노인빈곤율 완화가 돼야 하는데 노인빈곤 방지와 관련된 목표가 아예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급여에 대한 자동조정장치는 명백히 말하자면 급여의 자동삭감장치”라며 “어느 나라도 보험료 인상속도를 세대별로 차등화해 적용하는 곳은 없으며 세대 간 갈라치기라는 정치적 행위를 위해 만들어진 방안이라고밖에 설명이 불가하다”고 비판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재정자동안정화장치가 도입되면 2030년 신규 수급자 기준으로 연금 수급 총액의 17% 가까이 삭감된다”며 “윤석열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42%로 수정했지만, 연금 삭감 장치를 공식화해 놓고 소득 보장을 강화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조삼모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 세계 어디에서도 검증된 바 없는 세대별 차등 보험료율 인상 방안 역시 현실성에서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정부는 개혁안을 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질적 개혁 완성을 위한 자신의 몫을 다해야 한다”며 “바로 정부의 재정지원 책임”이라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