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공공운수노조

한국전력공사 지시에 따라 30년간 섬에서 발전업무를 맡아 온 하청노동자 184명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취하하라는 한전의 압박을 거부하다 결국 무더기 해고사태를 맞았다. 소송에 새로 합류한 노동자들도 있어 해고자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패소한 한전이 되려 소 취하 압박?

지난 14일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도서전력지부(지부장 최대봉)에 따르면 7월11일 ㈜JBC(제이비씨)는 “당사는 한국전력공사의 위탁계약 종료로 도서전력사업을 수행할 수 없음에 따라 근로기준법 24조 경영상 이유로 2024년 8월14일자로 근로관계를 종료한다”고 통지했다. 해고통지를 받은 이들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이들로 190여명에 달한다. 전체 직원 630여명 중 30%가 넘는 이들은 대부분 지부 조합원이다. 나머지 노동자들은 한전 요구에 따라 15일부터 한전의 검침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 한전MCS로 전적한다.

이번에 해고된 이들은 지난해 한전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광주지법은 한전과 JBC노동자 간 불법파견 관계를 확인했다. 소송인단은 세 차례에 걸쳐 모집해 1심 판결 당시보다 규모는 더 늘어난 상태다. 이들 모두 한전 직원이었다면 받았을 임금청구 및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한전은 재판에서 진 후 여러 차례 원고들에게 소송 취하 혹은 부제소확약을 전제로 한전MCS로 전적하라는 요구를 했다. 동시에 JBC와 수의계약 종료 의사를 밝히며 압박했다. JBC는 한전 퇴직자들이 100% 출자한 회사로 한전과 도서발전업무 용역계약을 따내지 못하면 경영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소송에서 패소한 한전이 노동자들에게 ‘소 포기 후 자회사 전적’ 혹은 ‘해고’라는 선택지를 강요해 온 셈이다. 원고들은 소 취하 조건을 중단하면 한전MCS로 전적 의사를 밝혔지만 한전은 끝내 소 취하 조건을 포기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한전이 전적을 요구한 한전MCS는 검침 업무를 담당해 도서전력 발전사업과도 무관하다.

최대봉 지부장은 “국민의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억압하는 조건을 내건 한전에 동의할 수 없었다”며 “자회사로 전적하되 소송 취하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끝내 한전은 해고라는 죽음의 칼을 들이댔다”고 호소했다.

한전의 소 포기 강요가 부당노동행위라는 시각도 있다. 원고들의 법률대리인인 황규수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원고들은 불법파견을 인정받았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6조의2에 따라 사용사업주는 이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며 “한전은 원청의 지위를 이용해 소송 취하를 강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한전MCS는 자회사로 법인격도 달라 직접고용이 될 수 없음에도 그걸 요구하며 자신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라고 했다”며 “해고를 위협하며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강요뿐 아니라 특정 노조를 와해하는 결과를 초래해 부당노동행위 가능성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원고 대부분이 지부 조합원인데, 이들의 해고로 노조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력 사용량 피크 여름, 섬 전력 공급에 차질 없을까
… 한전 “채용 예정”

자료사지니 정기훈 기자
자료사지니 정기훈 기자

원청인 한전이 사실상 주도한 이번 해고 사태로 섬 주민들의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동 지부 지도위원은 “JBC 전체 노동자 중 3분의 1이 해고됐는데 각종 냉방기구로 전력 사용이 최고점을 찍는 여름, 태풍이라도 닥치면 섬 전력 공급이 매우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높다”며 “한전MCS로 전적된 인원이 이를 모두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한전측은 이에 대해 “한전MCS가 채용공고를 낼 예정이고 부족한 인원은 (전적 인원이)교대근무를 하거나 기존 한전MCS 직원들이 검침이나 위탁 업무를 하는 자체 인력이 있어서 도서지역 발전은 문제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자회사 전적 조건으로 소 취하를 내건 이유로 형평성 문제를 꼽았다. 한전 관계자는 “그간 JBC에서 하던 용역업무를 장기간 수의계약을 해 문제가 되니 경쟁체제로 넘기라는 여러 요구가 있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인 자회사로 이관한 것”이라며 “다만 한전MCS 입장에서는 (소송이 이길 경우 고용유지가) 불안정한 부분이 있어 그런 부분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다른 근로자와 전환 조건에 차이를 둘 수도 없어 여러 가지를 고려해 소 취하를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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