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이주민 시대가 코앞이지만 정부의 이주민 정책은 실종됐다는 비판이 높다. 이주민이 밀집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전담부서를 만드는 추세가 확산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 차원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부활을 요구했다.
대형 조선소가 밀집한 거제시는 올해 1월부터 시 조선지원과 내에 외국인노동자지원팀을 신설했다. 주요 업무는 이주노동자의 정착지원으로, 법무부사회통합프로그램(KIIP)을 활용한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다. 올해 1학기 2개 반 총 40명이 수료했고 8월 개강하는 2학기도 12주간 40명을 교육한다.
거제·영암 등 조선소 낀 지자체 어려움 호소
현재 거제시에 거주하는 이주민은 6월 기준 1만3천명, 이중 노동자는 8천300명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2022년과 2023년 급격하게 늘었고 올해부터는 증가세가 감소해 월 200~300명씩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외국인 지원을 위해 외국인지원센터 유치를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불국가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영암군은 2022년 10월 이주민지원팀을 신설했다. 주요 업무는 비자지원과 정착지원이다. 거제시와 마찬가지로 한국어 교육을 진행한다. 영암군 관계자는 “노무상담도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영암군 이주민은 6월 기준 9천300명 규모로, 대불산단 조선소 같은 제조업 노동자와 계절근로 노동자 등이 많다.
고충은 거제시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지원센터 부재다. 영암군 관계자는 “민간위탁 지원센터 활용만으로는 늘어나는 이주민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한계에 봉착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가 다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고용노동부가 예산을 들여 외국인 노동자의 직장생활과 국내 체류 어려움을 해결하던 기관이다. 전국에 9개 거점 센터와 35개 소지역센터를 설치해 운영했지만 올해 정부가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사실상 폐지됐다. 당시 국회에서 예산 18억원을 되살려 명맥은 잇도록 했지만 지원센터에 곧바로 지원하는 예산이 아니라 지자체 매칭 방식으로 공모사업을 추진해 선정된 지자체만 3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실제 지원센터가 맡았던 업무는 고용노동부 각 지청에서 맡는다.
서비스 질·양 모두 수요 따라가지 못해
그러나 공백은 메워지지 않았다. 외국인이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해 기준 5천177만5천명, 이 가운데 외국인은 193만5천명이다. 2022년과 비교해 외국인은 18만3천명(10.4%) 늘어 내국인 인구의 10만1천명(0.2%) 감소 속에서도 전체 인구 증가에 일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인구 중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으면 다문화사회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는 4.89%다.
노동지청의 상담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은 “임금체불이나 부당노동행위 상담 뒤 노동부 신고까지 이뤄졌던 지원센터와 달리 현재는 제도 안내와 전달 수준에 머무른다”며 “사실상 자력구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위탁 방식의 지원센터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영암과 거제 외에도 강릉이나 인천 같은 지역에서 지원센터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정 집행위원은 “인력을 매년 늘리는 가운데 말뿐인 정주여건 개선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정책 상담과 체류서비스 지원을 해야 하는데 도무지 무슨 생각으로 정책을 펴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