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희 기자

국회가 500일 넘게 이어지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사태를 풀기 위해 일본 정계와 협력해 다국적기업 책임을 묻는다.

김주영·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종오 진보당 의원, 금속노조는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노동·종교단체 한국옵티칼 방일 경과보고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본 국회 야당과 공조해 다국적기업인 닛토덴코에 인권 경영을 촉구하고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대응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옵티칼 사태는 2022년 10월 공장 전소 뒤 한국 노동자를 해고하고 법인 청산을 결정한 한국옵티칼에 우리나라 노동자 7명이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고 있는 사건이다. 한국옵티칼은 일본 닛토덴코 그룹의 한국계 자회사로, 외국인투자 촉진법(외국인투자법)과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따라 토지 50년 무상임대와 법인세 감면 등 혜택을 누리며 영업했다. 그러나 2022년 10월 화재로 공장이 전소하자 물량을 닛토덴코의 또 다른 한국 자회사로 평택에 같은 LCD 편광필름 공장을 둔 한국니토옵티칼로 옮기고 노동자는 해고했다.

김주영·이용우·윤종오 의원 일본 경산성·외무성과 야당 면담

김주영 의원은 “한국옵티칼 사태가 노동자 해고 544일, 고공농성 204일에 이르러 국회의원 3명이 일본을 방문해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내각에 전달하고 일본 국회 후생노동위원회 소속 사민당과 입헌민주당 참의원과 면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이 개별 노동사안을 이유로 방일해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실제 일본 각료와 정치권을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 의원을 비롯한 의원단은 지난 26일 방일해 일본 경제산업성과 외무성을 만나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연이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해결 단서는 일본 정부가 2022년 9월 발표한 책임공급망 등에 대한 인권존중을 위한 가이드라인(인권 가이드라인)이다. 가이드라인은 정부의 인권보호 책임과 함께 기업이 인권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 때 구제와 피해 회복 원칙을 담았다. 의원들은 인권 가이드라인을 일본 자국기업인 닛토덴코에 적용해 한국옵티칼 사태에 일본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다국적기업의 책임이 강화되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국제연합(UN)의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 국제노동기구(ILO)의 다국적 기업과 사회 정책에 대한 노사정 3자 선언 등이 국제규범으로 형성돼 있다.

이용우 의원은 “일본 정부가 인권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도 일련의 국제규범 형성에 발맞춘 것으로, 개입을 회피하면 스스로 만든 가이드라인을 안 지키는 격”이라며 “우리나라 라인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일본 정부가 지금 와 법적 분쟁이나 개별 기업의 일이라며 개입이 어렵다고 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와의 면담에서 의원들은 이 대목을 집중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별 기업 사안, 정부 개입 어렵다” 일본 정부 손사래

다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미온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3명 방일에도 경제산업성·외무성 장관이 아닌 실무진 각료가 면담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닛토덴코와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이고, 최근 일본 정부가 공표한 인권 가이드라인이 의무가 아닌 점, 개별기업의 사안이라는 점 등을 들어 개입이 어렵다고 밝혔다.

관건은 일본 정계의 움직임이다. 우리나라 의원단과 만난 입헌민주당과 사민당은 기시다 내각이 발표한 인권 가이드라인을 닛토덴코와 한국옵티칼에 실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의원단을 만난 사민당과 입헌민주당 참의원은 “일본 정부는 각 부처를 통해 직접 마련한 인권 가이드라인 이행에 노력하므로 경산성의 대응은 옳지 않다”며 “일본 국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응할 예정이며 추후 교류를 통해 협력할 부분을 확인해 나갔으면 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일본 정계와의 공조가 시작되면서 우리나라 국회의 입법활동도 강화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간 수차례 일본계 기업을 비롯한 외국계기업의 먹튀 논란이 있었지만 여전히 외국인투자법 개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아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지만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도 문제해결을 강력히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국제기구의 국제규범을 활용한 이의제기 절차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한국옵티칼 사안 해결 국면에서 국제규범을 적용하고 준수하는 선례를 만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오 의원은 “화재 이후 물량을 이전하면서 노동자 고용을 승계하지 않고 해고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가 빠른 시일 내에 안전하고 건강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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