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점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개선 방향을 연구·평가하는 L-ESG평가연구원(이사장 송경용)이 국회사무처 사단법인 등록에 따른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연구원은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단법인 출범기념식과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성환·김영배·민병덕·이해식·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매일노동뉴스>가 후원했다.
“산업전환서 노동자 주체로 참여해야”
L-ESG평가연구원 부이사장을 맡은 정혜선 한보총 회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출범기념식에는 참석자들이 L-ESG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송경용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산업전환 과정에서 기업은 혁명적 대전환을 준비하며 엄청난 자본을 들여 착착 밟아나간다”며 “하지만 한국의 노동은 조합주의, 임금인상, 일자리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서 떠난 버스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주의 위기, 생태 위기, 불평등 심화 등 3대 위기에 맞서 전 세계가 어떻게 전환을 이룰까 논의하는 시점”이라며 “노동이 전환의 대상이나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로운 전환, 생태 전환 등 ESG 분야 노동전문가 1천명, 1만명이 될 수 있도록, 노동이 전환의 책임 주체로 발언하고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의원은 축사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며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온도가 상승 폭이 올해 1.5도를 넘어섰다고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각계에서 절박하게 기후위기, AI(인공지능) 빠른 변화 시기에 노동자들이 주체로서 주인답게 서봐야 할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L-ESG평가연구원 사단법인 출범은 의미가 있으며, ESG 분야 노동전문가 양성을 위해서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AI 노동시장 변화 대응 필요
손명수 의원도 “기후위기는 이미 오래됐는데 아직도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며 “AI라는 엄청난 기술이 우리 삶 속으로 이미 들어와 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컨대 자율주행이 AI와 접목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고 노동시장에도 큰 변화가 올 텐데 비단 운수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대전환기 시대에 노동이 주체가 돼 어떻게 대응할지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민병덕 의원은 “산업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 다음 단계의 자본주의를 ESG자본주의라고 한다”며 “자본주의가 살아남기 위해 자기를 조정하는 핵심에는 S 중 노동에 있는 것이 아닐까. L-ESG평가연구원 역할에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서면축사를 통해 “ESG 경영 논의에서 노동의 위상과 의미를 다시 확인하고, 경영과 노동영역에서 노사관계, 의사결정, 인력관리에 대한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체계적인 개념과 평가체계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영상축사에서 “L-ESG평가연구원과 같은 곳이 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쳐 기업이 이윤 극대화의 늪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미래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선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서울시교육청도 ESG에 대한 다양한 실천을 모색하며 노동존중을 포함한 E-ESG를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급망 실사·L-ESG 평가 결합 시너지 크다
임미령 L-ESG평가연구원 부이사장 사회로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L-ESG와 공급망 실사제도의 관계를 살펴봤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성희 L-ESG평가연구원 원장은 “L-ESG와 공급망 실사제도는 모두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책임있는 경영을 촉진하는 데 초점을 둔다”며 “두 개념은 상호 보완적이며 함께 적용될 때 더욱 효과적인 기업의 노동관련 책임을 강화하고 공급망 전반에서의 윤리적 경영을 실현하도록 촉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SG는 기업 전체의 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포골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공급망 실사지침은 공급망 내의 인권·환경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것으로, 세부적 차이점이 있지만 크게는 상호보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공급망 실시 제도의 법적 요구사항과 L-ESG의 자발적 이니셔티브가 결합할 때 기업은 강력한 법적 프레임워크 내에서 자발적인 개선 노력을 통해 더 높은 노동기준을 유지하게 된다”며 “공급망 실사제도의 등장으로 ESG 공시기준 미확립, 평가체계 난립, 자발성에 의존하는 문제점도 그 해결의 필요성을 더 부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L-ESG 평가체계와 공급망 실사제도와의 결합은 의무화 촉진의 측면에서 더 강한 계기를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유럽연합(EU) 공급망 실사지침이 올해 4월 유럽의회를 통과해 7월부터 발효할 예정이고,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기업에 적용될 예정이다. 공시 의무발생 시기는 2028년 1월부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공급망 실사지침에 대한 준비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공급망 실사제도의 특성을 정보공시도, 제재조치도 불명확한 ESG 대비 수준으로 다뤄서는 곤란하다”며 “공급망 실사제도의 시행으로 L-ESG 의미와 구현방안이 현실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공급망 실사 대응에서 L-ESG 평가가 능동적인 기능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공급망 연석회의’ 노동진영 적극 시도해야
이어 ‘공급망 실사 제도와 노동의 전략’ 주제로 발표한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공급망 실사 법제도는 잘 활용하면 약이 되지만 노동진영이 주도권을 쥐지 못하면 역으로 독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면서도 “국제노동운동진영이 기업의 책임 강화를 위해 제기해온 개념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밀어붙인다면 노동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진영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창의적이고 과감한 시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공급망 실사 및 정책에 대한 공시제도를 민주노조운동이 선제적으로 요구하고 나설 수 있다”며 “상생협력법에서 누락된 노무비 항목을 포함시키도록 법개정과 함께 주요 원청기업이 선제적으로 공급망에서 이를 적용하도록 단협 체결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망 내에서 최저임금을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실제 집단교섭 협약으로 체결을 압박할 수 있다”며 “공급망 내에서 가짜 3.3% 같은 ‘노동자 오분류’ 문제에 대한 실사와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것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공급망 내에서 노동안전·산업안전 관련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실사 및 시정조치 요구도 있다”며 “이런 시도들은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명시한 노조법 2조 개정과도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최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와 인천지부가 한국지엠 공급망에 위치한 완성차·부품사·사내하청 노동자로 구성된 ‘한국지엠 공급망 연석회의’ 출범 사례를 제시하면서 “노동진영에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전개되고 경험이 쌓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욱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이성호 경제민주화시민연대 연구소장, 허권 L-ESG평가연구원 이사,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김철식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토론에 참석했다.
박승흡 L-ESG평가연구원 상임이사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양대 노총,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가 모두 함께하는 ESG 노동전문가 최소 1천명을 3년 내 양성할 수 있도록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