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선업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법 중 하나로 제시한 ‘프로젝트팀’이 애초 목적한 다단계 고용구조 개선은커녕은 가짜 3.3% 고용만 확산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해 2월 조선 5사와 각 하청업체 대표들은 “상시업무에 재하도급(물량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프로젝트 협력사 전환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협력사들은 사업자등록을 한 뒤 물량팀에 재하도급하거나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를 고용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근로계약 대신 사업소득세 3.3% 걷어
22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지회장 이병락)에 따르면 프로젝트 협력사 노동자의 고용형태는 기존 물량팀과 유사하다.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조선지회 사무장은 “프로젝트팀은 물량팀처럼 3~6개월 또는 1개월짜리 단기계약을 일급 또는 시급방식의 포괄임금제로 체결하고 4대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고 사업소득세 3.3%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일한다”며 “이름은 아웃소싱, 사외업체, 임시업체, 프로젝트팀 등 다양하게 불리지만 운영방식은 기존 물량팀과 같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팀은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 해소를 요구하며 51일간 파업한 뒤 물량팀을 없애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대안이다. 물량팀은 노동법 사각지대에서 4대 보험은 물론 유급연차휴가나 수당이 전혀 없는 가운데 원청으로부터 업무를 수급받은 사내협력사가 단기적으로 고용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일도 다반사다. 다만 4대 보험도 납부하지 않고 고강도 장시간 노동을 하다 보니 사내협력사 정규직(본공)보다 높은 임금을 받았다.
정부는 2022년 파업 이후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물량팀을 양성화하겠다며 프로젝트팀을 강조했다. 물량팀을 사내협력사로 양성화하고, 원청의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 물량팀이 사업자등록을 하고 팀원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양성화·대형화를 유도해 하청노동자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이렇게 전환한 프로젝트팀이 기존의 물량팀 노동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병락 지회장은 “사업자등록을 해 프로젝트팀이 된 물량팀은 기존 사내협력사처럼 원래 데리고 있던 팀원을 본공으로 두고, 새롭게 물량팀과 계약해 업무를 재하도급했다”며 “본공 외 계약직과 물량팀 노동자와 프리랜서 계약을 하고 있어 기존 사내협력사 구조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사내협력사 전환 전 과도기 모델
물량팀 재하도급 되풀이
운용상 문제와 별개로 상생협약 2년이 지나면서 프로젝트팀의 한계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상생협약 체결 이전부터 프로젝트팀 육성했던 HD현대중공업의 경우 현재 사내협력사로 전환한 5곳을 제외하면 프로젝트팀이 한 곳도 남아있지 않다. 이 지회장은 “HD현대중공업에서 단기 프로젝트팀이 많을 때는 30곳가량 있었지만 현재는 사내협력사로 정식 등록한 5곳 정도만 살아남고 모두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사내협력사로 등록하지 못한 프로젝트팀은 부도를 내고, 해당팀 소속 노동자는 다시 물량팀으로 돌아갔다는 설명이다. 규모가 큰 물량팀을 사내협력사로 양성하겠다는 목적은 일부 달성했지만, 물량팀을 줄이겠다는 애초 취지는 희미해졌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경영학)는 “사내협력사로 만들어 도급단계를 줄이겠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프로젝트팀 정책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