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현장을 벗어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전면 철회했다. 이뿐 아니라 수련 특례도 제공하고, 군 복무 연기까지 국방부 등과 협의하는 등 전면적인 유화조치를 냈다. 그러나 여전히 전공의 복귀는 불투명하다.
조규형 보건복지부 장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열고 “수련병원의 건의와 의료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늘부로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년 내 동일과목 재응시 원칙도 완화
공백기간에 대한 특례도 준다. 수련병원이 15일까지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의 사직을 처리하면, 22일부터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재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 원칙적으로 전공의는 수련 도중 사직하면 1년 이내 같은 과목과 같은 연차로 복귀할 수 없지만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이를 완화한 것이다.
정부는 또 앞선 행정처분을 모두 철회하고 향후에도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6월3일까지 행한 정부의 행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나중에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 있다”며 “향후에도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행정명령에 따라 복귀한 전공의와는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조 장관은 “(형평성 논란 같은)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료계나 환자단체에서도 전공의 조기 복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전공의는 아직 수련생 신분인 점과 그간 주 80시간에 달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고생한 점과 필수의료를 책임질 젊은 의사라는 점을 고려해 비판을 각오하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개원 가능한 일반의 신분, 복귀 불투명
다만 이런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미 전공의들이 복귀할 생각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공의들은 전문의 시험을 치르지 않았을 뿐 일반의 자격은 이미 갖춘 상태로 언제든지 개원할 수 있고 의사로 활동하는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211개 수련병원 기준 전공의 출근율은 8%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의료계 전반적으로 전공의가 행정처분과 무관하게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정부의 행정처분 철회도 실효성을 거둘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공의 복귀를 통한 의료 정상화나 대화의 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어렵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 의료현장을 벗어나면서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백지화를 요구했고, 개원의단체인 대한의사협회도 같은 요구다. 그러나 이미 대학 모집전형까지 확정돼 내년도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은 불가역적인 상황이다.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물러서지 않은 채 증원을 둘러싼 샅바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절박한 환자단체 “고육지책 만시지탄”
한편 치료와 관리가 시급한 중증환자들은 정부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외국인 의사 도입 등 적극적인 후속조치를 촉구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8일 정부 브리핑 직후 논평에서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유인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의사면허를 가졌지만 한국의사면허가 없는 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수술실 마취과 분야를 개방하고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 중 국내 교포나 언어 문제가 해결된 이들에 대해 전공의 예비군으로 활용해 수련병원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