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운동 진영이 이른바 ‘기후정치세력화’를 모색한다. 다만 22대 총선 결과 위축된 노동진보정당의 경로를 되밟지 않는 게 과제다.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정치위원회는 1일 오후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에서 22대 총선대응과 기후정치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이현석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정치위원은 “시민단체 등을 통해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대변형 운동이 최근 급격히 직접 정치참여 운동으로 바뀌고 있다”며 “당진 기후·탈석탄당 같이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기후와 지역 현안을 직접 연결하는 기후정치운동 흐름을 만들어 가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와 발전노동자 산업전환 문제가 함께 있는 당진에 거점을 둔 지역 정당 방식의 기후정치운동을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후정치위원은 “선거법상 정당도 아니고 전국적으로 단일한 이름을 쓰지 않지만 기후정치라는 큰 틀의 목표를 중심으로 특정 지역에서 특정 의제를 주제로 활동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정당 ‘기후공약’ 했지만
기후정치는 좌절
이런 고민은 22대 총선 과정에서 여러 정당이 기후공약을 제시하고도 개원 후 한 달여간 기후문제가 의제화하지 않는 현상을 반추한 결과다. 유권자가 기후에 관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이 22대 총선에 앞서 실시한 시민 1만7천명 설문조사에서 33.5%가 기후문제를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인식하는 이른바 ‘기후유권자’라는 결과도 있다. 게다가 총선에 출마한 모든 정당이 기후와 환경 의제를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선거에서 기후문제는 공론화되지 못했고 개원 이후에도 뒷전이다. 이 기후정치위원은 “이번 총선은 사상 처음으로 기후위기를 중심으로 작은 마당이 벌어졌으나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기후정의진영과 진보정당이 철저히 패배한 선거”라며 “기후정의운동 진영이나 기후정치마당을 만든 이가 정치공간을 활용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런 현상에는 직접적인 정치참여를 경원시하는 풍토도 작동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강박’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이 기후정치위원은 “기후정치특별위원회까지 만든 기후위기비상행동도 구체적 공약을 바탕으로 정당이나 후보자 지지를 선언하지 못했다”며 “명시적 지지를 표명하지 못하고 ‘기후에 투표하세요’ 같은 애매한 표현을 쓰는 상황에서 기후정의를 말하는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당운동 넘어서 체제전환 운동 지향해야
다만 기후정치세력화 과정에서 노동·진보정당의 역사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록 기후정의동맹 활동가는 “기후와 환경 의제를 넘어 체제전환을 강조한 기후정의운동은 사회운동의 정치적 지향을 강조하고 목표와 지향을 새롭게 표방하는 운동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운동보다 먼저 정치세력화를 시작한 노동·진보정당이 20여년의 역사 끝에 위축된 배경을 체제변혁 목표 상실로 진단한 것이다. 기후정치운동은 정당의 제도권 진입에 매몰돼선 안 된다는 의미다.

